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성(山城)국가로 통했다.
전국 곳곳에 산성들이 남아 있다.
구미 남서쪽을 우두커니 막아선 금오산(金烏山)에도 고려시대때 처음 축조된 금오산성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산성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역사를 되밟아가는 시간여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때로 비바람에 허물어져 그 흔적만 겨우 더듬어 볼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인 금오산은 구미 시내에서 가까워 가벼운 차림으로 오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마땅히 갈 곳 없는 구미시민들뿐만 아니라 영남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금오산은 예로부터 태양 속에 산다는 황금까마귀 '금오(金烏)'가 노닐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안동 방향에서 보면 정상 부근이 마치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과 닮아 와불산(臥佛山)이라고도 불린다.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대본산(大本山). 고려 때는 남숭산(南嵩山)이라고 했다.
중국 오악(五嶽) 중 하나로 황하강 유역 허난성(河南省)의 숭산(嵩山)과 산세가 비슷해 숭산이라 이름지으면서 남쪽에 있다해서 남숭산이라 했다.
황해도 해주의 북숭산과 더불어 남북으로 대칭된다.
고려 문종(文宗)이 왕자를 출가시켜 이 산에서 수도하게 했고 훗날 대각국사(大覺國師)로 봉하여 호국불교로 포교와 국정의 자문에 임하도록 했다.
경북 칠곡군과 구미.김천시의 경계에 서 있는 금오산은 동남쪽으로 팔공산(해발 1천195m)과 마주보고 있고 남쪽으로는 수도산(해발 1천300m)과 가야산(1천400m), 북쪽으로는 황학산(1천100m)과 맥을 같이 한다.
해발 976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옹골차게 튀어나온 벼랑바위들과 울창한 수풀이 수려한 풍광을 이루고 있어 영남 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금오산은 정상 일대가 분지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쪽을 칼날 같은 절벽이 병풍을 이루는 특이한 산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위산의 전형적인 특색을 갖고 있다.
암릉과 폭포, 급경사 능선, 정상 암봉과 정상 아래 바위 사이에 자리잡은 약사암 등이 그런 특색을 잘 말해주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 금오산성.도선굴.대혜폭포.마애보살입상.약사암 등 명소가 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발 970m의 금오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바위산이라 산행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산이다.
특히 대혜폭포에서 내성까지의 등산로는 '할딱고개'로 불릴 만큼 등산객에겐 악명이 높다.
다행히 케이블카가 도달하는 해운사 인근에 도선골.대혜폭포.금오산성 등 명소가 몰려있어 여름철 가볍게 피서를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다.
굳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약사암과 정상의 비경을 원한다면 산행을 감행해야 그 보답을 받는다.
등산로를 따라 만나는 금오산 명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임진왜란 후 군사요충지
◆금오산성
수풀을 가로질러 곧게 뻗어있는 성곽이 일품인 금오산성은 케이블카를 타면 그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금오산 정상부를 두른 내성(內城)과 외성(外城) 이중구조로 되어있다.
고려 말 인근의 많은 주민을 징발해 이 산성을 수비하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성을 본격적으로 쌓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요충지로 부각돼 1595년 성벽을 수축했는데 승병대장 사명(四溟)대사도 이에 참여했다.
1639년 인조 17년에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실시해 내성과 외성을 다시 쌓았다.
조선 영조 때는 총병력이 3천500여명에 달할 만큼 대규모 군사요충지였다.
산성 성문을 지나 5분여만 올라가면 이름모를 돌탑들이 우두커니 서있다.
이 돌탑들은 금오산에 흩어져 있는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해 축조했다고 한다.
*27m 폭포수 가슴 절로 시원
◆대혜(大惠)폭포
케이블카에 내려 바로 보이는 대혜폭포는 높이가 27m나 되는 대형폭포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까지 얼어붙을 만큼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 위력을 조금 과장하면 금오산을 진동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삼복더위 때 폭포물을 맞으면 땀띠가 싹 가신다고 하고 견비통(肩臂痛)이나 요통이 있으면 물살을 맞아 치유했다고 전해진다.
*신라말 도선대사 수도 장소
◆도선굴(道詵窟)
대혜폭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위를 따라 쇠사슬 난간을 손잡이로 하여 간신히 발붙일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나온다.
매끈한 바위를 조심스럽게 밟아가면 기이한 모양의 자연 동굴이 나온다.
신라말 도선대사가 수도한 곳이라 도선굴이라고 불리는 이 동굴은 임진왜란 때 양민들의 피란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높이 4.5m, 길이 7.2m의 도선굴은 금오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굴 내에는 자그마한 불상과 함께 법당이 들어서 있어 평일에도 불자들이 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상부근 자리 '천계의 비경'
◆약사암
금오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약사암은 금오산을 대표하는 천혜의 비경이라 할 만큼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정상 부근에 오르면 일주문이 나오고 여기에서 100m 가량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약사암을 만날 수 있다.
약사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다.
약사암 법당 안에는 지리산의 석불 삼구(三軀) 중 하나가 봉안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규모가 작은 암자지만 수십미터의 기암괴석이 뒤를 바치고 있고 산세가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와 절경이다.
멀리 구미 시가지와 낙동강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약사암 맞은편엔 흔들계단으로 연결된 범종각이 있는데 그 모양새가 신비롭다.
*자연암벽이용 입체적 조각
◆마애보살입상
등산로에서 약간 비껴 자리잡은 마애보살입상은 약사암에서 내려오다 푯말을 따라 약 800m 가면 만날 수 있는데 길이 평탄해 그리 힘들지 않다.
보물 제409호인 이 입상은 높이 5.55m로 거대한 자연 암벽의 돌출 부분을 이용해 좌우를 나누어 입체적으로 조각한 특이한 구도다.
상호가 비교적 풍만하고 양감이 있어 신라 보살상보다 더 발전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보살상 가는 길에 세워진 7층 돌탑도 눈길을 끈다.
평돌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이 많은 정성이 들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가는길:경부고속도로→구미IC→33번 국도→금오산네거리→금오산 주차장
▶레저메모
금오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3코스다.
제1코스는 관리소~케이블카 승강장~대혜폭포~내성~정상. 정상에 가기 전 일주문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약사암이 나온다.
케이블카를 탄다면 대혜폭포에서 약사암까지 넉넉잡아 2시간 가량 걸린다.
제2코스는 관리소~대혜폭포~성안~정상이 있다.
대략 2시간30분 걸린다.
관리소~법성사~정상으로 올라가는 제3코스도 있다.
3시간은 족히 걸린다.
어느 코스로 가든 이정표가 곳곳에 세워져 있어 길 찾는데 문제가 없다.
제1코스가 산행시간도 짧고 가장 무난하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사진: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약사암. 오묘하게 솟아있는 암봉 아래 터를 잡은 약사암과 뒤편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구미 시가지 풍경이 힘든 산행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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