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예술 장르든 그 예술 장르에는 고통과 즐거움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특히 문학과 연극의 경계에 놓여있는 독특한 장르인 희곡은 그 장르적 특성처럼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희곡을 쓰는 동안은 행복하다.
물론 이 행복이라는 단어 안에는 다른 예술 장르처럼 고통과 즐거움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고통 중에서도 작품을 구상하는 동안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주변상황을 잊고 집중해서 작품만을 쓸 때에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이것은 예술 장르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문제일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서 할 때 시간은 더 빨리 가고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이것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작품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 혹은 구상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결코 쉽거나 기쁘지 않다.
그래도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기쁨은 더 커진다.
그런 점들 때문에 오랜 구상 후에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묘한 마력 같은 것이 붙드는 것이다.
그때는 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는 다가온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많이 찾아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런 마법 같은 혹은 마약 같은 힘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난 항상 긴장을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내가 하는 일에 중독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극작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만들어내서 실제에 존재하는 인물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게 할 수도 있고 그들만의 신체와 언어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극을 쓰는 것은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삶은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것이며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일에 점차 중독이 되어갈 때 고통도 즐거움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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