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인 대구 북구 연경동의 도덕산이 전국에서 몰려든 수석 불법 채취꾼들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29일 오후 도덕산 8, 9부 능선.
수풀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 40분 정도 올라가면 마치 산이 폭격을 당한 듯한 장면이 나타난다.
어림잡아 수집여개가 되는 큰 구덩이가 곳곳에서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주변으로는 토사가 흘러내려 황폐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석 채취꾼들이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쳐 국화석 등 수석을 채취하다 남긴 생채기들.
길을 안내해준 백종기(52.유해조수 엽사)씨는 "수석 채취 현장에 있던 두 사람과 잠시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들 중 한 사람은 경찰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또 좬산이 마치 광산처럼 파헤쳐져 있는 것으로 미뤄 한 두명이 아니라 한꺼번에 수십여명의 수석꾼들이 오랫동안 수석을 캐낸 것 같다"며 "이 산은 국화석 채취금지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법상 채취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산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작은 인공 동굴 두곳과 마주치게 된다.
성인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로 깊이 4m 정도인 동굴 속에는 산에서 캐낸 수석 수십여개와 곡괭이, 낫 등 채취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또 동굴 주변은 수석을 캐기 위해 팠다가 흙과 돌로 엉성하게 다시 메운 구덩이 흔적이 5, 6곳 있었으며, 특히 이곳은 계곡 바로 옆인 데다 경사가 심하고 수풀도 없어 장마기에 산사태 우려마저 높았다.
대한수렵관리협회 대구기동대 소속 밀렵감시단원 김영광(46)씨는 "좋은 수석의 경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데다 수석 수집가들도 많다보니 이들이 몰려 와 산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며 "수년 동안 계속해서 수석의 불법 채취가 이뤄지고 이 때문에 산이 망가지는데도 단속이 안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관할 구청과 환경청은 불법 채취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도덕산은 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어서 수석이 불법 채취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현장 확인 뒤 관련자들을 추적해서 고발하고, 파헤쳐진 부분은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장에 있던 수석 채취 도구들을 증거물로 확보하는 한편, 당일 현장에 있었던 수석채취꾼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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