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두의 골프콩트 '안시현 룩(look)'

대학 재학시절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관이 잡아갔다.

나도 동네 파출소에 붙잡혀 들어간 적이 있는데 다시는 허벅지를 드러내놓고 거리를 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나는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경찰관에게 잡혀가지 않을 정도로 스커트 길이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계속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골퍼와는 달리 의상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상의에는 깃과 소매가 달려있어야 하고 허리띠는 단정하게 매야하며, 차양이 달린 모자를 써야한다.

블루진을 비롯한 진 소재의 작업복과 상하의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한 골퍼는 골프장에 입장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골퍼의 스커트나 바지 길이에 대한 제약은 없으므로 나는 골프라운딩을 하면서 짧은 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예쁜 다리를 맘껏 뽐내왔다.

요즈음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는 '안시현 룩'이 유행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안시현은 언제나 배꼽을 내놓고 미소짓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가 입은 상의는 하의 안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짧다.

상의를 하의 안에 집어넣고 얌전하게 허리띠를 두르는 정통 복고풍의 골프의상에 저항하는 듯한 의상이다.

그녀의 배꼽은 그녀가 정물처럼 반듯하게 서있을 때는 옷 안에 참하게 숨어있다.

그러다가 백스윙이나 팔로우 시에는 커튼을 들추고 살짝 윙크를 보낸다.

특히 팔을 높이 드는 피니시 자세를 취하면 배꼽뿐만 아니라 옆구리 살까지 해바라기를 하러 나온다.

주책맞게도 나는 안시현 룩을 입고 싶다.

안시현 룩을 입으면 안시현 만큼 골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정직하게 속내를 밝히자면 나도 유행을 좇고 싶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남에게 보여줘도 괜찮을 만큼 예쁜 배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임신 중에는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아이를 낳은 후로는 쭈그러져버린 그런 뱃가죽을 갖고 있다.

아이 둘 낳은 아줌마 몸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배에도 옆구리에도 지방살이 두껍게 붙어 있다.

딸년의 말을 빌리면, 엄마가 배꼽을 내놓으면 공해를 유발한 현행범으로 경찰관이 잡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경찰관 한테 잡혀가더라도 안시현이가 입었던 꽃분홍색의 배꼽티를 입어버릴까, 아니면 내가 못 입는 옷이니까 남들도 못 입도록 골퍼의 복장 규정에 배꼽티를 입은 여자는 골프장에 입장을 금지시키는 조항을 삽입하자는 운동을 벌일까, 갈등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