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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숨진 남편 대신한 아내의 '119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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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돕기위해 두번이나 와 주셨는데 이 돈(2만원)으로 밥값이나 하세요."

"죄송합니다. 119는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많이 좋아지시면 같이 식사나 하죠."

"그럼, 그렇게 할까요."

지난 1일 오전 9시30분, 목숨이 위급해 대구 수성소방서 119 구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던 고(故) 김광일(50)씨와 이훈열(29) 소방사가 나눈 대화다. 이들 옆에서는 김씨의 아내 서정옥(50.대구 수성구 시지동)씨가 소리없이 흐느끼며 '식사 약속'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급성 폐암으로 가쁜 숨을 쉬며 이 소방사와 식사 약속을 한 김씨는 이날 오후 2시 끝내 숨졌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서씨는 지난 6일 '죽은 남편과 고마운 소방관의 식사 약속'을 지키고자 소방방재청 119 안전교육센터 자유게시판에 이 소방사를 찾는 글을 올렸다.

"제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하늘에서 아쉬워하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그 약속을 대신하겠습니다"라는 내용.

대구시 소방본부는 이 사연을 알고 당시의 소방관을 찾아 연락, 8일밤에 서씨와 전화 통화를 하도록 했다.

서씨는 이 소방사에게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고 "꼭 한번 만나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소방사는 "같은 집으로 우연히 두번이나 출동하게 되었고, 또 당연히 해야할 임무를 했을 뿐인데…"라며 뜻밖의 식사 부탁에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부부의 금슬(琴瑟)이 너무 좋았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씨는 "지난달 16일에는 새벽 4시쯤 집으로 찾아와 남편을 부축해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며 "이 소방사와의 고마운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죽은 남편도 제가 이 소방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식사 약속을 대신 지키려한 것을 알면 '잘했다'고 칭찬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 출동한 119구급대는 '수성소방서 고산파출소' 소속이며, 이날 이 소방사와 함께 이영기 소방교도 출동했다. 이 소방사는 2001년 서울보건대학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2년간 서울에서 임시직 소방사로 일하다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수성소방서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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