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머니 몽땅 빼앗아 환전

검찰, 억대 챙긴 조직 첫 적발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인터넷 포커게임을 할 때마다 판돈을 몽땅 털려 열을 받는 네티즌들은 혹시 사기 도박에 걸려든 것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사기도박 프로그램을 개발, 수십대의 컴퓨터를 동원해 사이버 머니를 마구잡이로 가로챈 뒤 이를 현금으로 바꿔 거액을 챙기고 이 컴퓨터를 일반인에게 돈을 받고 임대 분양까지 하는 속칭 '짱구방'(짜고 치는 포커방) 조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우병우)는 15일 한게임 등 인터넷 포커게임에서 '짱구방'을 운영한 김모(28)씨 등 대구.경북의 업자 5명과 '짱구방' 프로그램 제작자 2명 등 7명을 구속하고 안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짱구방' 조직이 검찰에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벌인 수법은 1명이 컴퓨터 4대의 키보드를 동시에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ID 4개와 컴퓨터 4대로 포커게임에 접속해 마치 서로 다른 4명이 게임에 참여한 것처럼 꾸민뒤 일반 접속자 1명의 사이버 머니를 통째로 따들이는 것.

이들은 대구 남구 대명동 주택가에 80여대의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 사기도박을 하도록 해 무려 9경3천여조원의 사이버 머니를 편취했으며, 환전상과 1대1 포커를 하면서 사이버 머니를 모두 잃어주고 그 대신 현금을 송금받는 수법으로 1억6천여만원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이 짱구방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세트를 월 100만원에 분양 임대까지 했다"며, 전국 100여 곳에 짱구방 프로그램을 100만~200만원씩에 공급한 점에 미뤄 수많은 짱구방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짱구방 운영자들은 일반 접속자들이 처음에는 판돈을 적게 시작했다가 갈수록 판돈을 많게 하는 단계로 올라가는 점을 이용, 돈을 챙겨왔다"면서 한게임 사이버머니 100조원이 현금 7만~15만원, 피망게임 사이버머니는 1조원이 현금 9만~1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전국에 수백명의 환전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게임업체들이 아바타 구입에 따른 '사이버 머니의 간접 충전'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이 같은 문제가 빚어진 것으로 보고 충전방식에 대한 규제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권고하는 한편, 사기도박을 조장하면서도 법령미비로 처벌되지 않는 환전상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을 대검에 건의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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