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 참 매력적인 일이다.
라디오를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기쁨을 축하해 주고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는 것. 특별한 선물이 없어도 좋아하는 음악 배달이면 흡족해 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있어 오늘도 산타의 행복한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데이트를 청했다.
라디오 없이는 단 하루도 못산다는 이 아주머니는 프로그램의 참여가 처음이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얘기하다가 결국에는 무뚝뚝하다는 남편을 흉보는 듯 하면서도 확성기보다도 효과 만점인 라디오를 마이크 삼아 동네방네 남편과 두 아들 자랑에 신이 나 있었다.
약간의 콧소리가 섞인 사투리는 애교 많은 아내의 남편사랑 그 자체다.
여기에다 남편을 위해 신청한 노래는 가수 이창용의 '당신이 최고야'. 노래가 흐르는 동안 평소 표현에 인색하다는 그 댁 주인의 흐뭇한 표정이 훤히 그려진다.
우리를 살갑게 하는 것이 중년의 은근한 정(情)이라면 청춘들의 불타는 사랑에는 이런 은근슬쩍 자랑의 미덕도 없다.
경상도 사나이의 기질은 모두 어디로 가고 아내의 도시락을 싸준다는 남편에, 아예 마나님이 싸준 도시락을 깨끗이 씻어 귀가한다는 팔불출 남편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봐 먼저 프로포즈했다는 용기 있는 아내도 있다.
그들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는 늘 정해진 방송시간을 훌쩍 넘기며 아쉬운 인사로 마무리 하지만 스튜디오에 뿌려진 행복바이러스는 고단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백배의 피로회복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별한 사람들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웃의 소박한 일상이 가슴 뭉클한 감동이 되는 곳. 보이지는 않지만 라디오가 뿜어내는 행복의 화수분이 무더운 여름 거리에 나선 무표정한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지 않을까. 라디오에서 행복한 DJ의 복(福) 짓는 소리가 들린다.
도성민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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