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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이문재 '푸른 곰팡이'

산책 대신 쇠붙이로 만든 자동차에 갇혀 지내고, 사나흘 걸리는 편지 대신 우리는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이메일에 묶여 산다.

쇠붙이에는 곰팡이가 살지 못하고 실시간에는 발효의 틈이 아예 없다.

그리움이 바닥났다고, 그대가 가고 없다고 위험신호 보낸 지 오래이지만 이 편한 세상 랄랄랄랄, 문명의 이기에 눈먼 우리는 도대체 그것을 알려하지 않는다.

빨간색 우체통 속에 이 빗소리 가만히 넣어 보라, 그대와 나 사이 한 사나흘 푸른 강 흐를 테니….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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