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가족간 불화 등으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일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속출, 부모가 경제적인 파탄을 맞더라도 자녀를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자녀와의 동반 자살은 아동 학대의 극단이자 부모에 의한 살해라는 점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체계적 치료나 상담이 가능한 '자살예방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2일 오전 5시10분쯤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에서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해 운전자 김모(37.울산시 남구 신정동)씨와 부인 윤모(30)씨, 7살과 4살 난 아들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사고 현장을 처음 목격한 주민 김모(64.영덕군 축산면)씨는 "물양장에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돌진해 바다로 추락했다"고 했다. 사고 승용차 안에는 김씨가 운전석에서 맏아들과 함께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부인 윤씨가 둘째 아들과 함께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트렁크에서 농약병 2개, 조수석 앞 사물함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에는 "지난해 아내가 울산 모 종합금융으로부터 2천500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나는 인감증명을 떼 준 적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관련자 처벌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성주군 월항면에서는 가정 불화를 겪던 주부 안모(43)씨가 4살, 12살 두 아들을 흉기로 때려 실신시킨 뒤 집에 불을 질러 아들 2명과 함께 숨졌다. 15살인 큰 아들도 흉기에 맞아 기절했으나 불이 번지기 직전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또 지난달 10일엔 경영난에 시달리던 중소기업 사장 김모(36.구미시 봉곡동)씨가 구미시 해평면 일선교 위에서 딸(4)과 임신한 아내(35)를 다리 아래로 던진 뒤 자신도 강으로 뛰어들었다. 마침 다리 아래서 일하던 공사장 인부들이 이를 목격, 김씨와 아내는 목숨을 건졌지만 딸은 숨졌다.
지난 5월10일엔 울진군 울진읍 온양리 방파제에서 양모(34.울진군 근남면)씨가 승용차에 부인(42)과 4살, 6살, 9살 난 세 딸을 태운 채 바다에 뛰어들어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졌다. 양화점을 하던 양씨는 사채를 끌어다 쓴 것이 화근이 돼 결국 일가족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친척도 못믿고 사회복지 시스템도 부실하다보니 결국 자녀 동반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80년대에는 가족 동반자살이 전국적으로 10건 미만이었으나 최근 20건을 훌쩍 넘어섰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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