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음 비우기

계산을 해보니 하루에 10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 같다.

점점 업무가 종이보다는 컴퓨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종이 사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일을 두 번 하는 식이다.

하여튼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접하는 정보가 많으며 또한 많은 정보를 생산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속이 영 말이 아니다.

마치 과식한 사람처럼 걸음이 느려지고, 하는 일이 굼뜨다.

디카사진, 음악파일, 문서파일, 게임 등 수많은 파일들이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컴퓨터 바이러스와 광고 프로그램 등이 컴퓨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서 나의 컴퓨터는 속도도 느리고, 다운도 잘 되며, 가끔은 이유없이 꺼져버리기도 했다.

결국엔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따라 '하드 포맷'이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컴퓨터를 처음 상태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이 그리 쉽지 않았다.

챙겨놓아야 할 파일들과 프로그램들을 모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것들을 지우지 못하고 따로 다운받아 두는 나를 보며 나의 마음도 이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들춰보지도 않을 지나버린 오래된 일들과 후회로 남은 아쉬움들. 그런 것들로 인해 지금의 난 너무나도 어려워하고 있었고, 주저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마음 하나 여는 것도 버거웠던 것이다.

때론 정말 깨끗하게 비워버리고 새로 나를 채우고 싶을 때도 있었다.

결국엔 컴퓨터를 아무 생각 없이 포맷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려했던 것만큼 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필요한 것들은 다시 처음부터 준비하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내 마음이다.

마음을 포맷할 수 있다면, 다시 잘 살 수 있을까? 또 걱정이 앞선다.

박준형 두류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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