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면 초등 고학년생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 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저학년 때부터 해 온 회화영어를 계속하느냐, 중학교를 대비해 문법영어로 전환하느냐가 주된 요소다. 방학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공부 패턴을 바꿔 영어 실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 크게 작용한다. 선택은 온전히 학부모의 몫이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자녀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학습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취도에도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실적인 목표부터 재정립하라
언어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학습 방법도 그에 맞춰져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여기서 우선돼야 할 것은 영어 학습의 현실적인 목표를 어디에 맞추느냐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지금까지 해온 영어 학습에 대한 자녀의 반응이나 축적된 실력에 대한 분석은 무시한 채 주변의 이야기에 이끌려 다닌다. 학원 선택이나 교재 선정, 학습 방법 결정 등에서 개인적 특성이나 성취 정도 등은 무시되기 쉽다. 이런 경우 학습 능력이나 태도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현장 사람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초등 고학년생의 영어 학습 목표는 개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구체적으로 세워져야 한다. 회화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한지, 초기 문법 학습으로 넘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아직도 회화영어가 필요하다면
유아 혹은 저학년 때부터 상당 기간을 회화영어에 투자했지만 좀 더 회화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녀의 공부 패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적잖은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회화 실력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면 먼저 지금까지의 학습 방법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가령 깊이가 떨어지는 일상적인 대화체만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는 식이라면 실력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저학년 때 "Hi, Mom", "It's seven O'clock" 등의 표현을 익숙하게 구사한다고 기뻐했는데, 막상 학년이 올라가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력에 맞춰 적절하게 수준을 높여가지 않으면 학습자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저학년 시기에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해 영어 학습이 충분하지 못했다면 더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 무턱대고 남들을 따라갈 게 아니라 자녀에게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남들보다 늦다고 해도 차라리 회화영어의 기초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 것이 빨리 가는 길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영어 학습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분명치 않다면 방법의 변화를 꾀해 볼 필요도 있다.
◇문법영어로 전환하려면
"회화영어는 이만큼 해 보았으니 이제는 중.고교를 앞두고 현실적인 목표를 대비하자"고 마음 먹었다면 당연히 문법영어에 관심을 갖는다. 이때가 영어 학습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그동안 쏟아온 영어 학습에 대한 투자를 물거품으로 만드느냐, 연결시켜 한 단계 높은 실력으로 끌어올리느냐의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 방법은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게 있다. 자신이 배운 영어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 사용되고 있음을 아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 주면서 채찍질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법영어로 전환한다고 해서 막연하게 문법의 룰과 방대한 어휘, 문형을 한꺼번에 익히라고 밀어붙이다가는 자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우를 범하기 쉽다.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조금씩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독해나 문법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부 분야다. 어렵지 않은 스토리북이나 교재부터 하나씩 골라 혼자서 읽고 독해해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성취감은 암기식 학습이나 강제적인 주입 교육으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그런 개념이 활용된 다양한 문형에 익숙해지고, 작문으로 이어지면서 완성돼가는 문법 공부의 과정을 학부모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한미 정상회담 국방비 증액 효과, 'TK신공항' 국가 재정 사업되나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