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단비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누런 잎이 뒤섞여 조로현상을 보이던 가로수들이 마술지팡이에라도 닿은 듯 삽시간에 싱싱한 녹빛으로 반짝이고, 목타던 화단의 여름꽃들도 생기를 되찾은 듯 방글거린다.
어느새 8월. 찜통더위로 일년 중 가장 힘겨운 달이다.
위로는 지글지글 타는 태양, 아래로는 후끈후끈 찌는 지열. 게다가 골목마다 에어컨 외기가 뿜어내는 열풍은 왜 또 그리 뜨거운지.
밤에도 식지않는 지표면의 복사열까지 합세하는 탓에 8월은 연중 가장 무더운 달이다.
30℃ 이상 되는 날이 11~22일, 평균 기온 24~26℃. 일기예보는 다음주까지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니 손가락 하나 까딱거리기도 싫고…. 그래서 8월엔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8월의 초입부터 제대날짜 헤아리는 군인처럼 어서 빨리 이 한달이 가버리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만약 일년 열두달에 대한 인기도 조사를 한다면 8월이 가장 표를 적게 얻을 것 같다.
불쌍한 8월! 게다가 올해는 1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일 만큼 물가가 다락같이 치솟고 이런저런 장기불황의 예고 등으로 머리가 뜨끈거리는 데다 가슴속에서 불덩이라도 치미는 양 홧홧거려지니 이래저래 심신의 체감온도는 수직상승.
그러나 대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맹렬한 태양열을 참고 견뎌야만 들판의 곡식은 살이 찌고 과실은 향기로워진다.
8월이 열정을 잃으면 나락도, 콩도 빈 껍질만 남고, 과실은 새조차 쪼아먹지 않게 된다.
눈길 주는 이 없어도 저 혼자 열심히 피고 지는 나팔꽃과 분꽃이 어느새 까뭇한 씨앗을 키우고 있는 것을 보며 멀지않아 대자연이 줄 선물을 기억하게 한다.
그러고보니 숱한 사람들의 짜증과 원망 속에서도 8월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억울할 때도 많겠지만 제 역할을 멈추지 않는다.
"조금만 참으세요. 30배, 60배, 100배의 선물로 갚을게요"라면서.
누가 보든 안보든, 누가 뭐라하든 제 맡은 일을 성실하게 이루어가는 '8월같은 사람들'이 늘어날 때 이 세상은 한결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임을…. 8월의 달력을 보며 새삼 성실과 겸손, 그런 단어를 떠올려 보게 된다.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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