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폭력과 욕설이 없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
6일 개봉하는 허인무 감독의 장편데뷔작 '신부수업'(허인무 감독·기획시대 제작)은 제작진들의 말대로 가슴이 따뜻한 영화다.
특히 권상우, 하지원이라는 쉽게 캐스팅하기 어려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카드를 쥐고 배팅을 시작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톨릭 사제라는 캐릭터와 두 명의 인기배우를 함께 얻었으니, 아마도 감독은 촬영 내내 행복감에 젖어있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신부를 꿈꾸는 모범 신학생과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무작정 야반도주한 말괄량이 처녀라는 상반된 캐릭터가 독특한 공간에서 빚어내는 재미를 자양분 삼아 첫사랑의 봉오리를 피워낸다는 큰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가지 분명히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가 배우만의 작업은 아니다.
"
권상우는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는 인상이다.
소심하고 여성적인 성격의 모범 신학생 규식 역을 맡은 권상우는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마냥 시종일관 어색해 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봉희 역의 하지원은 '색즉시공', '역전에 산다', '내사랑 싸가지' 등 이전 영화와 미세한 차이조차 보이지 못하고 자기복제 수준에 머문 듯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극장문을 나서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 탓일까. 그보다는 시나리오의 엉성함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
초반부는 영락없는 코미디다.
규식과 봉희에다 날라리 신학생 선달(김인권) 등 세 캐릭터의 좌충우돌을 큰 줄기 없이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해 나간다.
너무나 잔재미만 유도하는 바람에 어느덧 지루함에 빠지는 '누'를 범한다.
이러한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멜로로 전환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한마디로 느닷없이 급전환되는 바람에 어리둥절할 정도.
하지만 이 영화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신과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규식과 여자만 밝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서서히 경건함에 젖어드는 선달의 모습은 무언가 묵직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사족 하나. 이 영화는 지난 6월 고인이 된 배우 김일우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출연한 유작이다.
20여 년 동안 연극과 영화,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비중 있는 조연으로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상영시간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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