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뇌 위축증' 투병 전금자(31)씨

'소뇌 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전금자(31.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억세게도 운(?)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걸린 병이 하필이면 '로또 당첨보다 걸리기 어렵다'는 희귀질환으로 뇌기능이 점차 퇴행하면서 언어장애와 전신마비. 시력장애 등의 증세에 시달리고 있고 치료를 제 때하지 않으면 욕창이나 심장마비 등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7년째 이 병을 앓고 있는 전씨는 최근 병세가 악화되면서 거동마저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화장실이 현관문밖 계단 위에 있는 바람에 볼일 보러 나갈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소변은 그나마 요강을 이용, 해결하지만 대변을 보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대부분 안방에서 그대로 실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온통 구더기 천국이고 곳곳에 악취를 풍긴다.

가끔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자주 넘어지고 타박상을 입어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다반사다.

전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볼일을 자주 보지 않기 위해 밥을 굶는 것. 때문에 체중이 20여㎏이나 빠진 상태다.

식사를 하더라도 의식이 혼미할 때가 많아 상한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기 일쑤다.

전씨를 돌봐주는 이는 7세된 아들이 유일하다.

남편(43)은 몇 년전 친구에게 카드사기를 당한 이후 가출,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열악한 환경 탓인지 가끔씩 도움을 주던 이웃사람들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화장실까지 휠체어 경사대라도 있으면 볼일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으련만…' 의지할 곳 없는 전씨는 그저 불쾌감과 고통을 인내할 뿐 '배설'마저 맘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현재 전씨는 시각능력은 물론 청각능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며 음식도 삼키지 못하게 돼 결국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다.

며칠 전에는 주위의 도움으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겨우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비 때문에 입원 하루만에 퇴원해야 했다.

매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3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인 이들에게 몇십만원에 불과한 입원비를 감당하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아이가 혹시 똑같은 병에 걸리지나 않을까'하고 자식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전씨의 유일한 즐거움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 하지만 최근들어 눈이 흐려지고 귀까지 점점 멀고 있어 귀여운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억장이 무너진다.

'흐릿하지만 눈이 지금처럼만 보여도 좋겠다', '보이지 않아도 소리라도 잘 들렸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전씨는 사랑스런 아들의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흐르는 눈물조차 닦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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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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