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싸우다 다 놓친다

양성자가속기·R&D 특구...자성 목소리

양성자가속기 유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입지에 이어 공공기관 유치, 연구개발(R&D) 특구 지정까지 대구와 경북의 발전을 위한 신규 사업과 전략이 사사건건 부딪히자 "타 지역은 대구, 경북을 견제하는데 대구, 경북은 서로 싸우다가 날 샐 판"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17대 국회 과기정위 소속 대구 의원들이 대덕과 함께 대구, 광주를 R&D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1년여간 포항을 R&D특구로 지정받으려 노력해 온 경북도는 "대구가 끼어들어 포항마저 R&D특구 지정이 무산될 처지"라며 대구에 대해 섭섭해하고 있다.

경북도 과학기술진흥과 관계자는 "포항은 방사성가속기,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 등 R&D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대덕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R&D특구지정 가능 지역이라 판단해 전담팀까지 편성해 지난 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특구 지정 요청을 했다"며 "다른 지역도 아닌 대구가 뒤늦게 관심을 가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이 유치를 희망하는 공공기관도 중복되는 것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공공기관 분산 계획 발표가 임박했음에도 대구, 경북이 협조해 공동대응을 하기는 커녕 서로 덩치가 큰 공공기관을 유치하려 싸움만 하는 꼴이다.

유치 희망 공공기관은 대구 26개, 경북 36개인데 한국전력, 한국토지공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산원 등 중점 유치 기관이 대부분 겹치는 실정이다.

대구, 경북이 긴밀하게 협력해도 제대로 건설될지 모를 DKIST도 입지 문제는 큰 걸림돌로 등장한지 오래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석준(金錫俊) 의원은 "대구 달성군, 달서구, 동구, 경북 경산시, 구미시, 칠곡군 등 여러 지역이 제각각 DKIST 유치를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혹 입지를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DKIST 건설 및 육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은 이에 앞서 양성자가속기, 물류지원센터, 테크노파크 등 신규 사업을 서로 유치하려다 모두 놓치거나 두세개로 쪼개지는 바람에 국비 지원을 적게 지원받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 의원은 "대구는 경북에 둘러싸여 있어 경북과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두 시도가 공동 발전 구상조차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공공기관 이전, 신행정수도건설 등 참여정부의 지방화 전략으로 지방에 좋은 기회가 왔으나 양 시.도가 뜻을 합하지 못해 기회를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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