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다시 고구려사인가-(하)우리의 대응방안

왜곡 실상 조목조목 따지자

갈수록 노골화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지켜보는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 하나가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도발'을 시작한 이후 정부는 줄곧 '조용한 외교'를 추구해왔다.

중국과는 북핵.탈북자 문제가 얽혀 있어 그동안 대중(對中) 외교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조심스런 태도와 달리 중국은 그들의 계획대로 고구려사 왜곡을 확산, 발전시키는 등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학술공동연구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고서도 오히려 두달 후 외교부 공식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했고, 대학교재에서는 고구려를 중국에 복속된 지방정권으로 규정해 버렸다.

'금도'를 넘은 중국의 조치에 우리 정부가 엄중 항의를 했는데도 중국은 되레 5일 전격적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역사를 아예 삭제,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태추이를 보면 고구려사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에 번번이 뒤통수를 맞은 셈. 김정배 고구려사연구재단 이사장은 "고구려사를 망가뜨리는 것은 역사의 기본체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일인데도 정부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면서 정부의 총체적 대응을 주문했다.

우리와 공동전선을 구축, 중국에 맞대응해야 할 북한의 '침묵'도 역사학자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듯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직후 불거져 나온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공식적인 비난을 삼간 채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를 통해 간간이 비판할 뿐이다.

'중화적 패권주의' 차원에서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문기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는 현재 혹은 미래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만이 좋은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주체들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 의견 표명이 가능한 다양한 주체들이 '고구려사 수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대응방안으로 학자들은 먼저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주변 국가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책기구의 구성과 상시 가동이 필요하다"며 "특히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여러 통로를 통해 강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가져다 줄 한.중 관계의 악영향을 중국 측에 적극 알리고, 학교에서의 한국사 교육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늦었지만 우리 정부가 정면 대응에 나서고, 국회의원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이달 말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구려사 분쟁에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학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실상의 폭로는 물론 ▲중국의 논거에 대한 적극적 비판 ▲한국 역사에서 고구려사의 위상을 보다 선명하게 밝히는 연구 ▲전세계에 고구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성과를 알리기 위한 노력 ▲고구려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대중용 역사서 간행 등이 바로 학계의 몫이다.

또한 고구려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 시민들에 대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실상 알리기 등 문화계 및 시민단체의 역할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한류 열풍이나 인터넷 강국의 이점을 살려 우리가 우세한 사회 문화적인 코드들을 고구려사 문제와 연결해 홍보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역사가 남의 나라에 의해 왜곡될 때 이를 바로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우리가 확실하게 대응, 중국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는 중국에 맞서 우리의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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