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비난조 잡았던 첫승 놓쳐

축구본선 그리스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신화의 땅'에서 일궈내려 했던 첫 승의 꿈을 안타깝게 놓쳤다.

한국은 수적인 열세와 홈 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기적같은 승리를 일궈내는 듯 했으나 막판 집중력 난조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이날 새벽 축구팬들은 환호와 좌절을 동시에 맛봐야만 했다.

그리스가 자책골에다 3번이나 골대를 맞히는 불운에 빠져 한국은 승리를 예감했으나 막판에는 오히려 한국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불안한 출발=최태욱-조재진-이천수를 스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거친 몸싸움과 한번의 긴 패스로 문전을 위협적으로 파고든 그리스의 공격에 출발부터 주춤했다.

전반 4분 모라스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뒤 3차례나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으나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이 눈부신 위력을 발휘했다.

김영광은 전반 6분 1대 1 찬스에서 날린 아그리티스의 결정적인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13분 파파도풀로스의 슛도 동물적인 선방으로 쳐냈다.

전반 29분 아그리티스의 슛은 거의 골문으로 빨려들뻔 했으나 김영광의 손끝을 스친 뒤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급기야 김치곤이 전반 30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한국은 더욱 수세에 몰렸다.

▨위기를 기회로=전열을 가다듬고 서서히 반격에 나선 한국은 김동진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다.

김동진은 전반 43분 이천수의 코너킥이 골키퍼 펀칭에 맞고 나오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볼을 낚아챈 뒤 전매특허인 왼발 캐넌 슛으로 네트 상단을 깨끗하게 갈랐다.

후반들어 한국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계속하다 19분 이천수가 오른쪽 미드필드 터치라인에서 전방의 조재진을 보고 올린 긴 크로스가 상대 미드필더 빈트라의 발에 맞고 골문을 비운 채 나와있던 골키퍼의 키를 넘겨 들어가는 행운의 자책골이 터져 2대0 리드를 잡았다.

▨그리스의 반격=그리스는 후반 21분 또다시 골포스트를 맞혀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으나 후반 3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교체멤버 타라리디스가 김영광도 꼼짝 못하는 왼발 논스톱 슛으로 한골을 만회했다.

후반 34분 다시 한번 크로스바를 맞힌 그리스는 '3번 골대를 맞추면 반드시 진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종료 8분전 페널티킥 찬스를 끌어낸 뒤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박규선 대신 들어간 최원권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면서 팔을 잡은 것이 페널티킥으로 선언됐고 그리스의 키커로 나선 유로2004 우승 멤버 파파도풀로스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축구 12일 전적

△남자축구 A조

한국 2-2 그리스

멕시코 0-0 말리

△동 C조

아르헨티나 6-0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호주 1-1 튀니지

△여자축구 E조

일본 1-0 스웨덴

△동 F조

독일 8-0 중국

△동 G조

미국 3-0 그리스

브라질 1-0 호주

▲김호곤 한국 감독=초반에 김치곤이 퇴장당하는 바람에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했다.

첫 경기인 데다 홈팀과 싸운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2대2 무승부에 만족한다.

2대0으로 앞서고는 있었지만 10명과 싸우는 입장이었고 그리스 선수들의 체력이 워낙 좋아 막판 공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김치곤의 퇴장 뒤 선수들이 뭉쳐 힘을 발휘했다.

퇴장과 그리스의 페널티킥에 대해서는 당하는 쪽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심판의 명령에 따르겠다.

▲스트라토스 아포스톨라키스 그리스 감독= 결과에 만족한다.

물론 아주 좋은 기회도 많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해 한국 수비를 뚫으려 노력했다.

그리스 선수들에게는 8월이 적응하기 어려운 시즌이다.

따라서 우리는 올림픽 대표팀의 준비 기간에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조별리그 A조는 대회 전에 말했던 대로 한국과 그리스가 통과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1위로 8강에 오를 가능성이 좀더 많다고 생각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