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장사가 안 된다'. '자영업체 추락', '내수침체' ,'청년실업' 등 최근 신문마다 어려운 나라경제 걱정이 줄을 잇는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 이상이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할 뿐 아니라 '희망이 없다'며 실의에 차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봄이면 절량농가가 속출하고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일가족이 굶어죽던 그 시대에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허리띠 졸라매고 미래를 그리며, 새벽별 보고 나와 저녁별 뜰 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 때 집집마다 희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딸들이었다.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자녀들만은 당당히 그들의 뜻을 펴며 풍요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제 다시 미래를 생각하자. 친일행적, 친북활동 같은 과거의 굴레를 떨쳐버리고, 반전평화, 좌우이념 같은 가치론적 집착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의 삶을 그려보아야 할 때이다.
어느 철학자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다오. 그러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한국 청소년들의 모습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 우리는 과연 그들을 우리의 미래로, 우리의 희망으로 생각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청소년' 하면 으레 '문제'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청소년문제는 청소년의 방황, 음주, 흡연, 오락, 퇴폐 등 온갖 비행의 개념을 포함한다.
청소년을 문제의 차원으로 인식하며 선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그들은 결코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없다.
자녀들을 믿고 그들에게 큰 기대를 가질 때만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 하면 무엇을 연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학군, 학원, 과외, 내신, 수능, 대학입시, 해외유학 등을 떠올릴 것이다.
예절, 도덕, 봉사, 공공질서, 효행, 애국 등은 교육의 변두리로 밀려난 지 오래이다.
교육은 오로지 학교나 학원에 맡겨두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집안에서의 일상생활, 부모의 말씀과 수범이 먼저이다.
교육은 돈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소년은 곧 우리의 미래이며, 미래를 가꾸는 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녀를 미래의 희망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인식의 틀부터 바꾸어야 한다.
청소년은 현재의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호흡하는 세대이다.
청소년은 미래 환경과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갈 세대이므로 과거의 사회 환경과 규범에 의해 육성될 수 없다.
청소년은 결코 기존 질서에 잘 순응하도록 길러야 할 '육성'의 대상이 아니다.
2002년 6월 전국을 뜨겁게 달구며 연령과 성, 지역과 계층을 넘어 전 국민을 한 덩어리로 묶어주었던 월드컵의 열기는 바로 청소년들이 일구어 낸 것이었다.
화려한 바디페인팅과 현란한 율동, 태극기로 휘감은 옷, 하루 종일 펄쩍 펄쩍 뛰며 엇박자 운율에 실어 연호하던 '대~한민국'은 기존의 틀에서 보면 당연히 일탈행위이다.
그런데도 상궤를 벗어난 그 요란한 언행이 국가적 활력을 만들어 내고 나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며, 수출을 늘리고 국민들을 통합시키지 않았던가? '한류열풍'이란 수출 효자도 알고 보면 청소년들의 철부지 같은 소비행태와 취향이 일구어낸 작품이다.
기성세대로서는 인정은커녕 이해조차 하기 힘든 노래와 춤, 전혀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오락, 그리고 비생산적인 사랑 놀음 등이 문화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수출의 역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행동이 기존의 규범과 제도에 어긋난다고 하여 무조건 못마땅해 하거나 문제시할 일은 아니다.
청소년기는 기성세대를 따르기 위한 준비단계가 아니며, 그 자체로서 삶의 소중한 시기이다.
청소년들도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며, 인간다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교육은 기존의 문화와 지식을 청소년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력을 기르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오로지 도와주는 것이다.
국가 청소년정책의 방향 또한 기존의 '보호' '육성'의 틀에서 벗어나 '계발', '후원'을 지향해야 할 때이다.
배규한 국민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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