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개월 동안은 너무 재미나게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혼자 살면 보통 2개월이 한계라고 하던데 지난 6개월 동안 밥을 시켜 먹은 적은 한번도 없어요."
서울과 맞닿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에 있는 자그마한 오피스텔. 본격적인 서울 진출을 위해 지난 2월 대구의 작업실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옮긴 서양화가 이수동(45)씨를 만났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싱크대, 한적한 농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 한편에 놓인 캔버스, 완성된 그림들…. 홀아비 생활치고는 깔끔하게 정리가 잘 돼 있는 실내를 둘러보고 있는데 의미심장한 문구가 하나 눈에 띄었다.
'나는 1008호 죄수다.
'
"이곳에 놀러온 게 아니니 스스로 다짐을 하려고 써붙였습니다.
군대에 간 것처럼 밤 11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한달 하니 체질에 안 맞는지 몸은 피곤하고 살이 빠지더군요."
그는 대구에서의 생활과 달리 '아침형 인간'으로 처음 한달을 지내고 나니 잡념 없이 객지생활에 잘 적응이 되더라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 할 일이 있습니까. 쌀 씻고 국 끓이고 밥 먹을 준비를 했지요."
그는 오징어국, 미역국, 북어국, 계란국 등 메뉴를 바꿔 가며 부지런히 음식을 해먹었단다.
군대에서 1년 반동안 식사 담당을 했던 음식 솜씨를 여지없이 발휘했다.
이렇게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다 보니 그림을 그리러 온 건지, 밥 해 먹으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단다.
"결국 된장찌개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좋고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으니 된장찌개만큼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멸치다시물을 많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바로 끓여 먹으니 음식 만드는 시간도 많이 절약이 되더란다.
그가 끓이는 된장찌개에는 오겹살(노란 껍질이 붙은 삼겹살)이 들어가는 것이 특이했다.
"혼자 사니 영양 보충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멸치다시물에 된장, 고추장을 풀고 오겹살, 건표고, 두부, 호박 등을 넣어 싱거우면 새우간을 약간 합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묽게 국처럼 끓이기도 합니다.
"
담백한 맛보다는 깊은 맛이 우러나는 오겹살 된장찌개를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는 지인들을 볼 때 흐뭇해진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재료를 넣어 어떻게 맛을 조절하는지가 중요한 음식 만드는 과정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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