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이 아니라 나는 광주비엔날레의 홍보대사이다.
요즘은 홍보대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별의별 홍보대사가 다 있다.
사과 복숭아 같은 과일에도 홍보대사가 있고 마늘이나 고추같은 식품에도 홍보대사가 붙어있다.
나는 너무나 많은 홍보대사에 일찍이 질려 여러 단체에서 요청해오는 각종 홍보대사직을 한사코 사양해왔는데 광주비엔날레에서 온 청탁만은 선뜻 받아들였다.
내가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자! 그럼 홍보대사의 자격으로 얘기를 풀어 나가보자. 우선 비엔날레라는게 뭐냐. 비오는 날에 그림구경을 하는 것이냐? 아니다.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월년 격년 혹은 짝수 홀수의 뜻을 갖는다.
매년마다는 에니알(Ennial)이고, 3년마다는 트리에날(Triennial)이 된다.
그런데 비엔날레가 세계적인 현대미술전시(베니스비엔날레 등)에서 차용해 쓰는 바람에 요즘은 비엔날레 자체가 현대미술전시회 쯤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건 마치 우리나라에서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가든(garden)이 불고기집으로 굳어졌거나 공원이라는 의미의 파크(park)가 여관쯤으로 바뀐 것과 똑같은 구조다.
그 다음이 문제다.
왜 하필 내가 2004 광주비엔날레의 홍보대사로 임명되었는가? 나는 원래 음악을 하는 가수가 아니던가. 이걸 제대로 설명하려면 매우 복잡하고 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까맣게 모를 수도 있을까봐 간단히 설명하겠다.
누가 믿겠는가. 나는 사실상 30년 넘게 미술을 해왔다.
약 15년은 혼자서 취미생활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림을 해오다 그게 지난 15년동안 세상에 꽤 많이 알려진 거다.
나는 최근 현대미술의 메카(20여년전까지는 프랑스 파리가 메카였다)인 뉴욕 한복판 한국문화원 전시장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내 그림이 전시되었을 정도였다.
이래저래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도 알려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문화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광주비엔날레에 참여작가로 뽑혔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미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에 홍보대사로도 뽑히게 된 것이다.
미술전시에는 대략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우선 화랑계통의 전시가 있다.
가장 흔한 미술전시다.
화랑에서 어느 작가를 초대하거나 작가가 어느 화랑을 정해서 거기서 전시회를 여는 방법이다.
둘째로는 아트페어(Art Fair)라는 게 있다.
여러 화랑이 한군데에 모여서 한꺼번에 미술잔치를 벌이는 형태의 전시다.
화랑전시회나 아트페어에서는 미술을 팔고 사는데 중점을 둔다.
말하자면 미술품을 상품화 시켜서 그걸 사고 팔게 하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장치다.
거기에 비해 비엔날레는 미술잔치는 미술잔치이되 사고 파는 상업적 행위가 일절 배제된 순수 전시잔치다.
작가의 실력과 능력만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따라서 자연히 작가들이 긴장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렇게 구차한 얘기를 길게 늘어놓았느냐. 다름아니다.
이토록 품위있는 순수미술제에 바로 내가 뽑혔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는 얘기다.
이건 정말 자랑할 만한 거리다.
이런 걸 자랑 안하고 뭘 자랑한단 말인가. 사실 나는 엄밀히 말해서 대한민국 미술계에 무자격자다.
미술세계에서 나는 아웃사이더다.
그러나 오늘날 나는 세계 미술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광주비엔날레에 정식작가로 초대를 받았고, 나는 지금 밥먹고 화장실가는 일 외에는 몽땅 광주현장에 가지고 갈 작품제작에 매달려 있다.
가로세로 9m 공간을 배정받았고 나 혼자서 그 공간을 꽉 메워야 한다.
내 그림의 개봉날짜가 9월8일이다.
그날 나는 하루종일 광주 현장에 내려가 있을 것이다.
내가 왜 광주비엔날레 얘기를 꺼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아직 말 안했다.
지금 말하겠다.
별 것 아니다.
꼭 한번 구경 와 보시라는 거다.
내 작품은 두 달 반가량이나 거기 전시되어 있게된다.
아! 작가하랴 홍보대사하랴 숨찬다, 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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