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끝의 높은 파도로 울릉도행 배는 시종일관 요동쳤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일렁거리는 배 속에서 사람들은 그예 나동그라지기 시작했다.
선실 바닥이며 복도 어디에고 드러눕기 시작했고, 왝왝거리는 소리, 신음소리,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말끔하던 모습들은 어딜가고 누런 배춧닢같은 얼굴빛에 봉두난발한 모습으로 널부러진 사람, 엉금엉금 기는 사람, 머리를 땅에 박고 신음하는 사람, 세면실 수도꼭지만 붙잡고 있는 사람, 심지어 화장실 바닥에까지 쓰러진 사람들….
그야말로 멀미의 진수(?)를 맛보는 듯했다.
이런 판에 1시간 30분이나 연착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배 안은 절망의 공기로 가득찼다.
아마도 그순간 승객들의 소원은 단 한가지, 1초라도 빨리 배에서 내리기를, 그래서 신선한 공기를 가슴이 터지도록 들이마시고 싶은 생각 뿐이었을 것 같다.
영원히 도착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선착장에 마침내 닿았다.
여전히 반쯤은 소금에 절여진 듯 했지만 모두들 원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갈땐 비행기를 태워줘"하는 농담들이 나오고, 목청이 점점 커지고, 수다스러워지고, 시장끼를 느끼기 시작하는 얼굴들이었다.
얼큰한 매운탕으로 속을 푸는 사람들은 조금전 그토록 괴롭던 배멀미의 고통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경제난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급증한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빈곤과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살한 사람의 수가 IMF 사태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던 지난 98년 당시에 육박한다는 것. 경제난으로 인한 개인의 심리적 고통 정도가 상대적 빈곤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때로는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크고 작은 파도들이 덮쳐온다는 것을. 끝없이 요동치는 삶의 멀미를 겪노라면 곧 죽을 것 처럼 괴로울 때도 있다.
"멀미가 심할땐 배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라예."
울릉도 한 슈퍼 아줌마의 농담같은 진담처럼 삶을 끝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우리 삶을 뒤흔들어댈 것 같던 고통도 참고 기다리면 언제든 끝날 때가 있는 법. 그리고 우리는 언제 그랬더냐는 듯 그 고통을 잊어간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힘들 때 주먹을 불끈 쥐며 하던 말을 흉내내 보고 싶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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