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유승민과 김택수

강력한 드라이브로 중국의 왕하오를 격침시키고 금메달을 결정지은 유승민은 환호성을 토하며 껑충 뛰어 코치 김택수에게 달려갔다.

해낸 것이다.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결승전 승리는 한국 탁구 16년만의 금메달이라는 의미 이상의 감동이었다.

남자 축구 8강전 탈락의 허탈감에 젖어있던 올림픽 팬은 물론이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분개한 전 국민에게 다시 없는 청량제였다.

▲애틀랜타,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을 휩쓸고 올림픽 탁구를 지배해온 중국을 꺾은 유승민의 쾌거에 대해 외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과감한 톱스핀 공격으로 아주 가볍게 첫 게임을 따냈고 왕하오가 그립까지 바꿔가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유승민을 당해내지 못했다"며 앞다투어 보도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첩첩산중을 이룬 중국을 그처럼 간단하게 굴복시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유승민은 한국의 '탁구 신동'이고 차세대 주자이긴 해도 그동안 왕하오와 일곱번 싸워 여섯번 지고 한번밖에 이기지 못한 전적상 열세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기겠다는 정신력과 피나는 훈련 끝에 세계 탁구의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다.

올림픽 우승을 향한 집념으로 머리를 빡빡 깎고 왕하오의 주무기인 '이면 타법'을 깨부술 비법을 익히는데 사력을 다했다.

그 옆에 김택수 코치가 있었다.

▲김택수는 올 초까지만 해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탁구의 간판이었다.

남자 복식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그가 지난 4월 갑자기 은퇴를 선언하고 대표팀 코치 자리에 앉은 것이다.

바르셀로나 이후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영예도 버리고 자신과 같은 오른손 팬홀더 공격형인 후배 유승민과 함께 밤낮없이 중국을 깰 비책을 연구했다.

▲경기 후 김택수는 "얼마 전 승민이를 크게 혼냈더니 다음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올림픽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전해 왔다"며 금메달 획득의 원천을 보여줬다.

그런데 김택수는 필살의 승부를 끝내고 달려온 유승민을 자신이 끌어안아 올려야 하는 순간에 오히려 유승민에게 안겨버렸다.

보통의 그림과는 반대였다.

김택수는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그럼 힘 좋은 젊은애가 안아야지 이 나이에 내가 안으랴"고 농담했다고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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