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드셌던 올 여름도 이제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처서를 지나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가마솥 더위'를 실감할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여름은 유별나고 지루했다.
한달 가까이 계속된 열대야는 모두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하지만 기세등등했던 더위도 이제 시간에 밀려나고 있다.
남해의 여름 풍경은 몹시도 아늑했다.
눈시울을 물들일 것 같은 푸르름과 신선한 바닷바람, 햇살에 아롱아롱 반짝이는 수면과 몸을 흔들며 지나가는 통통배. 온 몸을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그윽한 색깔 때문에 막바지 여름을 느끼기엔 더할나위 없는 곳이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 3번 국도를 따라가면 물미도로를 만나게 된다.
미조면 초전마을 삼거리에서 물건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길이다.
그 끝에 자리한 물건마을. 지명부터 눈에 띈다.
예사롭지 않은 지명 덕분일까. 이 마을은 지난 3월 개봉한 이수인 감독의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물건(勿巾)'은 마을 뒷산 모양이 '勿'자처럼 닮았고 '巾'처럼 볼록한 뒷산에서 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병풍처럼 마을 전체를 에두르고 있는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의 전경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1만여 그루의 나무가 시원스럽게 초승달 모양을 그리는 이 방풍림은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다.
이 숲 그늘이 물고기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태풍 때도 바람막이 역할을 해 이 마을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또 아름다운 숲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찾아드는 것도 이 숲의 혜택이다.
수령 350년, 높이 10~15m의 느티나무.이팝나무.모감주나무.두릅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이 촘촘히 숲을 이루고 있다.
쭉 늘어선 방풍림을 따라 하얀 물살을 머금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는 이곳 몽돌해변은 낭만을 꿈꾸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이름높다.
특히 저 멀리 서 있는 두 등대 너머로 솟아오르는 해오름에 가슴마저 벅차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사진: 해안을 따라 각종 나무들이 빼곡히 늘어선 방조어부림. 남해 물건마을 사람들에게는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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