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유난히 혹독했던 여름 더위를 겪은 탓인지 올해 농촌의 가을은 예년보다 풍성하다.
들녘엔 황금빛 벼가 물결을 이뤄 풍작을 예고하고 있고, 장독 너머 빨갛게 익은 사과도 탐스럽기 그지없다.
볕이 강할수록 과일은 달고 향이 깊다던가. 추석을 앞두고 나오는 배나 사과 등 과일 맛도 일품이다.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과 막걸리도 빚어 조상님께 올 한해 수확의 기쁨을 알리는 이번 추석에는 차례상에 오를 제수용품을 현지에서 직접 고르면 어떨까. 가족 나들이를 겸해 명승지도 구경하고 산지에서 우리 농수산물을 직접 흥정해 구입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발품을 조금만 팔면 싱싱한 농수산물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영덕은 여러모로 조건이 딱 맞는 곳이다.
코발트색 가을바다가 막힌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7번 국도를 타고 올 대목에는 영덕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자. 영덕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햅쌀과 한방사과
영덕의 관문인 남정면 장사리 김상기(018-783-5233)씨와 도천리 서창구(011-9769-5863)씨 집에 가면 이달 초 거둬들여 찧은 '오대벼'를 살 수 있다.
두 농가 모두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지어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연중 거래할 정도로 품질을 자랑한다.
택배도 가능하며 40kg 한 가마 9만5천원선.
강구 시가지를 빠져나가 5분쯤 가면 금호리가 나온다.
이 마을 오십천한방농원(대표 이기권 ·011-805-7759)을 찾으면 한방사과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
농약을 적게 쓰고 생선아미노산과 한방영양제를 사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몇년 전 친환경농산물로 품질인증을 받았다.
5kg 한 상자 가격은 3만5천원. 택배도 해준다.
▨어물
장사에서 강구로 들어오면 마주치는 곳이 오포3리다.
이 마을에선 강구가자미수산이 유명하다.
이조형(054-732-8447, 011-527-0124)씨는 2대에 걸쳐 물가자미 속칭 미주구리를 취급하고 있는데 반건조 가자미는 전 거리로 안성맞춤이다.
차례 후 술안주용으로 제격이어서 영덕지방에서는 명절 때 대부분 미주구리 전을 부친다.
덤으로 미역국용 반건조 가자미도 살 수 있다.
금호리에서 바닷가로 넘어가는 길이 있는데 해안도로를 타고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마을이 영덕읍 창포리다.
강구에서 반건조 물가자미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이 마을을 한번 둘러보자. 이 마을은 영덕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한 미주구리 속칭 물가자미를 잡는 곳이기도 하다.
▨영덕꿀배와 가을송이
창포리에서 해안도로를 거쳐 죽 가면 축산항을 지나 대진·고래불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이 길은 드라이브코스로 너무도 많이 알려진 길. 여름바다와 달리 가을바다가 주는 색다른 감을 느낄 수 있다.
병곡에서 7번국도를 타고 다시 영해방향으로 내려오다보면 병곡면 각리 1리가 나온다.
20여 농가로 이루어진'영덕꿀배작목반'이 있는 곳이다.
청정해역과 2㎞ 정도 인접한 이 마을은 맑은 해풍과 철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꿀배를 생산,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없어서 못팔 지경이니 품질은 따질 필요가 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배와 칼을 건네며 배불리 깎아 먹으라고 권할 만큼 인심 또한 넉넉하다.
조금 더 내려오면 영덕읍이다.
농협 영덕군지부 앞에 있는 영덕군산림조합에서는 농민들이 금방 따온 가을송이를 살 수 있다.
경매입찰시간은 오후 4시. 경매 시작 전 일찍 조합에 도착해 미리 물건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5일장과 포항 죽도시장
5일장도 눈길을 끈다.
23일 강구, 24일 영덕읍, 25일은 영해 장날이다.
추석 명절을 앞둔 시기여서 갖가지 나물과 햇밤, 대추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포항으로 죽 내려와 죽도시장에 들러보자. 싱싱한 수산물을 시중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물건 값을 깎으며 흥정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먹을거리
값싸고 질 좋은 산지 농산물을 만져보고 절경을 보더라도 배가 부른 이후의 일. 비단 식도락가가 아니더라도 현지의 별미를 맛보는 것은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영덕에서 첫 손에 꼽히는 먹을거리는 역시 회. 영덕의 관문인 남정면 부경리부터 횟집들이 즐비하다.
강구수협 뒤편의 유림식당(733-4924)은 고동물회로 유명한 곳. 초고추장 맛이 일품이다.
강구면 삼사해상공원 아래 7번 국도변에 있는 덕성횟집(733-4540)은 전복죽이 한 맛 한다.
영덕읍 노물리 선미횟집(733-7539), 석동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석동횟집(732-4918)도 추천할 만하다.
노물항 입구의 선미횟집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푸짐한 양에다 쫄깃쫄깃한 회맛으로 여행객의 발길을 끈다.
영해 시가지에 들어가면 대구갈비집(732-0328)이 유명하다.
영덕에서 근무한 기관장들이 전출간 후 영덕·영해를 지나는 길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식당이다.
또 미꾸라지, 잡어를 넣어 푹 끓인 추어탕을 내놓는 강구 가마솥추어탕(733-9999), 송이 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영덕읍 남석2리 아성식당(734-2321)도 가볼 만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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