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추석 민심을 또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읽고 왔다면 걱정이다.
'호랑이보다 사나운 민심'에 납작 엎드렸던 국회의원들이 돌아서자마자 정쟁에 파묻힐까 걱정이다.
진실로 큰 걱정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이 성난 민심을 다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다 알고서도 계속 딴 길로 가는 데에 있다.
'확신에 찬 오류'의 무서움이다.
국민들은 가난해도 행복했던 시절, 돈 많아도 맘 편치 않았던 시절을 모두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돈도 없고 맘도 편치 않은' 시절이다.
한 조사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응답이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추석 땐 58%였다.
이것이 올 추석엔 86%가 됐다.
걸핏하면 정쟁거리만 내놓으면서 "희망을 갖자"고 아무리 립서비스 해봤자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추석 신문을 보면 그때 민심은 최악이었다.
이게 1년이 지나도 바뀐 게 없다면 노 대통령은 확실히 나라 운영 잘 못한 것이다.
"소금 확 뿌려버리고 싶은 심정"에서 이젠 "욕할 가치조차 없다"는 민심으로 흐르고 있다면 그건 '정치 무관심'이라고 하는 가장 무서운 표현이다.
도대체 첫 1년은 그냥 흘러갔다 치자, 두 번째 1년은 무엇을 해 놓았는가?
추석 민심은 국보법이고 과거사고 행정수도고 간에 그 어느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과거사가 아니라 '경제'라는 것이다.
'청산''개혁'은 참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단어이긴 하다.
"지금, 우리 아니면 못 한다"는 과욕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우리들 공통의 과제가 '청산'이 아니라 '경제'라는 데에 어쩌랴. '잘못된 여론 바꿀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오류를 여야 모두 범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당장 내주부터 국정감사에 들어갈 국회가 어찌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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