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芒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천양희 '마음의 달'

둥글게 살지 못하는 것도, 간절한 목마름도, 우울한 아침과 심란한 저녁도 문제는 마음이다. '무엇엔가 찔려본' 당신은 마음이 문제임을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그 마음이 힘겨워 한숨 잦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서지 않는다면, 마음을 꺾어 구부리지 않는다면 달보고 절을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대 마음 보름달로 떠오른다면 세상은 온통 휘영청 한가위! '달빛이 너무 환해서/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니...... 문제는 그대 마음이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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