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모두 운전 교육자가 되자

음주 운전자나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에 대한 교육을 하다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음주나 법규위반 운전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만나게 될 때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음주단속이나 법규단속을 하는 경찰관들이 비현실적인 단속을 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재수 없게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한편 생각해보면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이 생계수단인 운전을 못하게 되었을 때의 그 막막함이나 한탄스러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런 운전자의 푸념이 원칙을 지키는 운전을 안 해도 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운전면허 응시자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있는 요즘 면허증이 없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난 이런 질문을 간혹 한다.

"아무도 없는 정지신호에 정지하겠습니까?" 혹은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준수하겠습니까?" 열에 아홉은 남들처럼 정지신호를 그냥 지나가거나 규정 속도를 어기겠다고 당연한 듯이 대답한다.

심지어 오히려 그렇게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왜 아직 면허증도 따지 않았고, 도로 위에서 운전도 해보지 않은 예비 운전자들조차도 교통법규나 원칙을 지킬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짐작건대,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이제껏 그렇게 원칙대로 운전하는 차를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운전자들은 자신들이 운전을 운전학원에서 돈을 주고 배운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운전은 돈을 주고 운전학원에 가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가장 오랫동안 타고 다닌 그 차 운전자에게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는 누구 차일까? 그 차는 바로 내차다.

교통법규를 어기겠다고 당연스럽게 이야기한 대학생들이나 고등학생들에게 난 다시 그들의 부모님들 운전습관에 대해서 묻는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무도 없는 신호등에 정지해 계십니까?", "아버지나 어머니가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준수하시던가요?" 그제서야 그들은 머리를 극적이며 '아니요'라고 줄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렇다.

우리가 원칙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또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이제까지 그런 차를 잘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무렇지도 않게 원칙을 어겨버리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는 자동차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운전을 한다.

그 사람이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님들일 수도 있고, 자녀들일 수도 있다.

그들이 옆에서 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차를 타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차에서 은연중에, 무의식중에 나의 운전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

우리가 속도위반, 신호위반, 음주운전을 할 때 내 뒤에, 옆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 운전이란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하며 익히고 배우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 차에 타고 있는 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운전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

" 제대로 가르쳐 주는 훌륭한 교통교육 강사가 우리 모두 되기를 바란다.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경북지부 교수 이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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