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하늘을 나는 조끼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어떤 마을 부잣집에 머슴 사는 총각이 있었어. 이 총각은 어려서 어머니 아버지를 다 잃고, 형제도 없이 혼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살았지. 그런데, 마음씨가 너무 고와서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있지를 못 해. 뭐든지 가진 것을 다 나눠주는 거야. 밥을 먹다가도 밖에 거지가 지나가면 밥을 그냥 그릇째 갖다 줘. 겨울에 솜옷을 한 벌 얻어 입어도 사흘을 못 가. 길을 가다가도 추위에 떠는 사람을 보면 그냥 속옷째 벗어 줘버리니까 그렇지. 그러느라고 자기는 늘 헐벗고 굶주리면서 살아.

그런데 이 총각이 머슴 사는 집 주인영감은 아주 인색한 노랑이야. 제 것 아흔아홉 개를 부둥켜안고도 남의 것 하나를 탐내는 사람이라니까 알 만하지.

이 주인영감한테는 딸이 셋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심술궂었고 막내는 착했어. 머슴이 허구한 날 자기 밥을 거지한테 갖다 주고 저는 쫄쫄 굶으니까 첫째와 둘째는 그걸 보고,

"에잇 바보 같으니. 저런 바보는 굶어도 싸다."

하면서 침을 퉤퉤 뱉었어. 그런데 막내는 그걸 보고,

"참 마음씨도 곱지. 얼마나 시장할까?"

하면서 언니들 몰래 부엌에 들어가서 밥을 퍼다 줬어.

하루는 머슴이 나무를 하러 산에 갔어. 좋은 나무 한 짐을 해 가지고 돌아오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나 봐. 난생 처음 와 보는 곳이야. 그런데, 거기서 토끼 두 마리를 만났어. 토끼 두 마리가 뭘 가운데 두고 서로 옥신각신하며 싸우지 뭐야.

"내가 주웠으니까 내 것이야."

"내가 먼저 봤으니까 내 것이야."

이러면서 싸우는데, 가만히 보니 낡아빠진 조끼 하나를 가지고 그러거든. 머슴이 다가가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잘 달래 줬어. 그랬더니 토끼들이,

"이게 있으면 또 싸움 날 테니 우리는 이것 안 가질래요."

하면서 조끼를 머슴한테 줘. 그러고 나서 하는 말이,

"그걸 입고 단추를 채우면 몸이 하늘로 올라가고 단추를 풀면 다시 내려와요."

이러거든. 머슴은 얼른 조끼를 입고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봤어. 그랬더니, 아니 이게 웬일이야? 몸이 하늘로 둥둥 떠오르네. 머슴은 나뭇짐을 진 채 하늘에 둥둥 떠서 집으로 돌아왔어. 단추를 하나하나 푸니까 몸이 슬슬 내려와서 마당에 발이 턱 닿았지. 주인 집 식구들이 그걸 보고 다 깜짝 놀랐어. 그런데 주인영감이 그만 덜컥 욕심이 나서,

"야 이놈아, 그런 건 너 같은 바보가 입으면 동티난다. 이리 다오."

하고 조끼를 탁 빼앗아 가지고 자기가 입었어. 그러고 나서 단추를 채우니까 몸이 하늘로 둥둥 떠올랐지. 높이높이 떠올라서 까만 점이 됐어. 그런데 아뿔싸, 내려오는 법을 모르네. 아무리 용을 써도 못 내려와. 단추를 풀어야 내려올 텐데 그걸 모르니 말이야. 그래서 땅에 못 내려오고 하늘에만 날아다니게 됐어. 그러다가 그만 솔개가 됐대. 솔개가 돼서 아직도 날아다닌대.머슴은 막내딸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더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