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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詩가 사라져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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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는 말이 무색하게 서점가에서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한때는 우리 모두가 문학소년, 소녀가 되어 시와 소설을 읽으며 밤을 꼬박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틈만 나면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 거칠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들에게 잠시 주어지는 소중한 휴식의 시간에도 항상 몸과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이른바 전자정보 시대에 살다보니 우리는 갈수록 시와는 거리가 멀어져 간다. 시는 우리의 메마른 감정과 상상력과 정서를 적셔준다. 그래서 시인의 눈으로 볼 때는 '풀잎 하나가 우주를 들어올린다'.

컴퓨터 곁을 떠나 조용한 가을 숲속에 앉아서,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거나 가을바람 소리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들 자신이 곧 시인이 된다.

또한 그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한편의 시를 읽으며 자연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를, 인간의 삶과 자연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를 조용히 생각해보면, 허덕대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얼마나 허구에 가득 찬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물질과 소비와 소유가 지배하는 마른 멸치대가리와 같이 팍팍한 우리들의 삶은 낙엽 떨어지는 숲의 아쉬움과 흰눈 내리는 밤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감정을 우리들에게서 빼앗아 가버렸다.

이 깊어가는 가을의 아쉬움과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시심(詩心)이 가슴 속에서 사라지고 없다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아무리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들 그것은 눈부시게 흰눈 내리는 들판에서 파라솔을 쓰고 거니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이 가을 낙엽 지는 숲속 어딘가에서 한 편의 소중한 시를 읽고 감동하며, 그것을 소중한 벗과 이웃들에게 보낸다면 이보다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허상문(영남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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