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마치 국회의원처럼 한나라당을 마구 공격해 각을 세우자 해석이 분분하다.
답변에 앞서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조선, 동아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내게 맡겨달라"고 했고,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을 포함한 의원들의 대정부질문 요지를 총리실 직원들이 꼼꼼히 챙겨 보고한 것을 들은 정황을 감안할 때 이날 충돌은 현장에서 예기치않게 벌어진 해프닝으로 보기 힘든 탓이다.
이유를 그의 평소 스타일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적당히 물러서 타협할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대통령 연설문 대독 때 유럽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것이 못마땅했던 이 총리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준비된 강공에 밀릴 수 없었고,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풀이다.
이 총리가 매를 자청했다는 관측도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휘청거리는 마당에 총리마저 국회에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란 우려를 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총리가 계산을 했든 않했든 야당의 공격 화살이 대통령에게서 총리로 쏠렸다. 헌재 결정이후 답답해하던 우리당의 강성 의원들은 대체로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4대 개혁입법 국회 통과 등 갈 길이 먼데 총리의 강성 발언으로 더욱 험난해졌다고 우려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으나 총리가 대신 기싸움을 해줘 고마워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 총리로선 대통령의 짐을 나눠 져 신임을 돈독히 하고, 우리당 의원들의 지지까지 얻어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올린 셈이다.
하지만 이 총리에겐 대통령이 휘청거릴때 총리가 나서 국정을 다독거리지 않고 공연한 분란만 일으킨다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부담이 남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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