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체육공원 잡초만 '무성'

"무성한 잡초, 일그러진 철봉, 떨어져 나간 농구대, 부서진 윗몸 일으키기 녹슨 시소..."

농촌마을 단위로 조성된 동네 체육공원이 주민들과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황폐화되고 있다.

봉화군이 지난 1999년 사업비 5천만원을 들여 봉화읍 거촌리 767의111 부지 4천943㎡에 조성한 거촌 동네 체육공원이 준공된 지 5년도 안돼 시설이 파손되고 부서진 채로 잡초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

당초 군은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이곳에 간이시설과 철봉대, 농구대 등 체육단련시설 8점, 벤치와 테이블 등 편익시설 15점을 설치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부실관리와 이용객 감소로 수령 100여년 된 소나무가 말라 죽고 잡초는 허리까지 차 올라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또 지난 1998년 조성된 봉화읍 도촌리 마을 체육공원도 잡초가 무성한 채 폐건축자재와 골재가 무더기로 쌓여 있어 체육공원이라기보다는 폐건축자재 야적장에 가깝다.

김모(45·봉화읍 거촌리)씨 등 주민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마을 체육공원이 행정당국의 관리부실로 사용할 수 없는 고철덩어리로 변했다"면서 "잡초만 무성한 체육공원을 바라보면 을시년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9일 손모(37·봉화읍)씨가 다방 여종업원 조모(19)양을 이곳 체육공원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조용하던 농촌 마을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군이 지난 9월 말 완료한 동네체육시설 조사 현황에는 두 곳의 동네체육공원에 대해 "이상없다"고 표기하고 있어 탁상행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모(34·봉화읍)씨는 "예전엔 이곳으로 봄, 가을 소풍도 오고 친구들과 냇가에서 고기도 잡았는데 체육공원 조성 이후 관리 부실로 소나무가 말라 죽고 잡초가 무성해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매년 500만원의 보수비로는 14개소의 체육공원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봉화군이 조성한 체육공원 17곳 중 4곳이 폐쇄됐다"고 했다.

봉화·마경대기자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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