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운 선생님-손문구 선생님(경북대 사범대)

"제자의 고충 보살피는 마음 가르쳐"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선생님들 모두 고마우신 분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과 손문구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내가 다닌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은 장학 혜택이 많아 가난한 시골 수제들이 많이 입학하는 당시 전국최고의 명문 사범대학이었다.

나 역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특히 4학년 2학기 때에는 등록금마저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4학년 1학기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2학기는 8학점만 수강 신청하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우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졸업 사정결과, 학점 미달로 졸업이 안 된다는 소식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취직해서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데, 또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부랴부랴 학교에 가서 확인해 본 결과 3학년 2학기 한 과목 학점을 교학처 담당서기가 누락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당서기에게 해결 방법을 물으니까 주임교수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주임 교수님을 찾아뵈었더니 교수님께서는 역정을 내셨다.

이튿날 다시 주임교수님을 만나 교학처 담당자에게 같이 가주실 것을 간곡히 말씀드렸더니 "내가 서기가 오라고 한다고 가!" 하시면서 화를 벌컥 내셨다.

앞일이 캄캄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힘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어느 분이 내 어깨를 치면서 "도군, 도군 왜 그러느냐?"고 하시기에 돌아보니 평소 인자하시고 제자의 장래를 늘 걱정하시는 존경하는 손문구 선생님이었다.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당신께서 같이 가자고 하시면서 나의 손을 끌었다.

선생님께서는 담당서기에게 "당신의 사소한 부주의로 한 젊은 학생의 진로가 크게 어렵게 되었다"고 크게 나무라시면서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하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쿵덕거린다.

만약 그때 졸업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교사로 발령 받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때 졸업할 수 있었기에 그 해 운 좋게 교직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만약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다면 가정 형편상 끝까지 다녔을 지도 의문이고, 또 졸업하더라도 제때 취직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절망감, 그 암담함을 생각할 때마다 손문구 선생님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사소한 일이라도 제자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따뜻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은 내가 교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내내 참된 선생님의 길을 가는 나침반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선생님을 뵈옵고 인사를 드리기는 하지만 그 크신 선생님의 은혜에 대하여 헤아림이 항상 부족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내내 사모님과 건강하시고 즐거우신 여생이 되시길 이 제자 두 손 모아 빕니다.

"도승회(경상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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