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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동 풍경-(14)대구지검 특수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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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서류에 파묻혀(?) 산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검사를 보면 '슈퍼맨' 쯤으로 그려집니다.

흉악범과 격투를 벌이거나 범인을 지능적으로 옭아매는 장면이 흔하게 등장합니다.

심지어 총을 들고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지요.

현실은 과연 그럴까요? 사실 TV나 영화에 나오는 검찰은 '슈퍼 검사'와 '슈퍼 경찰'을

적당하게 섞어놓은 듯한 이미지입니다.

특히 특수부 검사를 지켜보면 정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외부사람이 보기에는 "저렇게 지루한 작업이 있을까"라고 할 정도로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을 합니다

서류작업에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나는 듯 검사와 수사관들은 하루종일 서류뭉치와 씨름을 합니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뇌물을 준 사람에 대한 계좌를 뒤지기 위해 먼저 은행 전산실로 달려가 거래내역을 가져오겠지요. 1천만원 이상의 거액이 지출된 내역부터 쭉 뽑아내 자금흐름을 추적하게 됩니다.

뇌물 준 사람이 개인 신분이라면 간단하겠지만, 큰 법인의 대표라면 법인 통장을 모조리 뒤져야 하니 몇달 이상 걸릴 수도 있지요.

그런 직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몽땅 가져와 분석작업을 합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참고인 등 사건관련자를 줄줄이 소환해 돈의 전달과정이나 사용처 등을 추궁하는 순서를 거칩니다.

"처음부터 '뇌물을 줬다'고 털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고 나면 그때서야 조금씩 불기 시작하지요."

고위공직자가 소환돼 검찰청 앞에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을 때쯤이면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보면 됩니다.

거물급 인사 한명을 감옥에 보내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교공금 10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박재욱 전 의원의 경우 검찰은 2002년말 수사에 착수, 2003년 8월쯤 혐의를 최종 확인하고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박의원이 운영하는 대학 계좌와 개인계좌, 장부 등을 모두 뒤지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10여년전만 해도 이런 지루한 수사방식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수수사는 2, 3일 정도면 '물건'이 될지, 안될지 판가름났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불러 몇차례 쥐어박고 으름장만 놓으면 모든 게 끝났습니다.

손찌검을 할 수 없는 거물일 경우 밤샘조사를 하면서 '인간적인 모욕'을 몇차례 주면 자포자기한 피의자가 다음날 새벽쯤이면 모든 걸 털어놓습니다.

"

예전 특수부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 중에 이런 짓을 잘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게 검찰관계자들의 회고이지요.

요즘은 이런 검찰이 없겠죠?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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