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얼마나 위험한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가사에서 보듯 소나무는 굳건함과 강건함의 표상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기상과 정서를 담은 소나무를 볼 수 없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材線蟲) 때문이다. 최근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서 발생한 재선충으로 인한 소나무 고사사태를 계기로 재선충의 위험성과 대책, 전망 등을 짚어본다.

◇치명적 위협, 재선충

재선충이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감염되면 고사율이 1년내 100%에 이르는 데다, 치료약도 아직 제대로 개발된 것이 없기 때문. 일본 전역에서는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재선충 피해로 소나무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중국은 명산 황산(黃山) 인근에 재선충이 발생하자 황산 소나무숲 보호를 위해 3년간에 걸쳐 폭 4km, 길이 100km에 이르는 소나무 삼림을 벌목, '무송(無松) 예방 벨트'를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재선충은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현재 3천500ha(15만5천여그루 감염)가 재선충 피해를 입었다. 경북지역에서는 2001년 구미의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3개 시·군 558ha(8천여그루 감염)의 피해가 발생했다.

1905년 재선충이 첫 발견된 일본에서는 최근에야 겨우 예방약이 개발됐다. 그러나 나무 한 그루에 예방주사를 놓는데 드는 비용이 5만원이나 돼 경제성이 적다.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루당 주사비용이 몇천원 하는 예방약이 개발 중에 있으나, 실용화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로서 재선충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감염된 소나무를 뿌리째 소각 처리하는 것. 솔수염 하늘소 애벌레 크기인 3cm 이하로 감염 소나무를 조각조각 분쇄하는 것도 방편 중 하나. 그러나 재선충 감염 초기 소나무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워 감염의심 지역의 소나무를 베어내 소각하거나 분쇄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

◇조기 발견이 중요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국내 삼림의 65%를 차지하는 소나무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재선충 피해예방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조기 발견에 따른 신속 방제다. 그러나 재선충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홍보가 거의 돼 있지 않아 재선충이 크게 번진 이후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감염지역 일대 나무를 소각하거나 베어내는 방제조치 역시 환경단체의 반발로 여의치 않은 형편. 궁여지책으로 경북도는 재선충으로 고사된 소나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도 검토 중이다.

서성모 경북도 산림보호담당은 "경북지역에서는 재선충을 방제하는 데 내년까지 총 8억9천400만원을 투입할 방침이며 이 자금은 재해 기금에서 충당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선충 발발이 일종의 재난이며 경북도가 긴급 재난 방지 차원에서 재선충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재선충 확산 예방에는 많은 예산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재선충 긴급 방제 대책단을 구성한 포항시 경우 단원이 5명에 불과하다.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한 경북도도 본부장을 포함, 겨우 12명으로 본부를 꾸려 나가고 있다. 김선길 경북도 산림과장은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재선충 방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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