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지은희 여성부 장관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정에서 남녀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하고, 성매매와 가정폭력이 없어지면서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 지은희(池銀姬) 여성부 장관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이러한 변화가 대세로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성에게 굉장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전망했다.

지 장관은 부부강간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부부사이에서도 존중돼야 한다"며 "그 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부강간죄 도입에 대한 견해는.

▲미국 등 부부강간죄 개념을 도입한 나라가 꽤 많다.

도입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부부간의 성폭력이 대개 이것만 따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다른 가정폭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부부 사이에서도 존중돼야 한다.

폭력적 성행위는 안된다고 본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이 그런 (가정폭력방지법 개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저희로서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호주제 폐지가 어떻게 될 것 같나.

▲국회 법제사법위가 내달 3일 공청회를 할 것 같다.

법사위만 통과하면 본회의 통과는 훨씬 낙관적으로 본다.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가족부제는 국민정서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고 개인별신분등록제는 사생활 보호에 유리한 점 등 각각 장단점이 있다.

부부보다는 본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간편하고 유용할 것이다.

--일부 유림이 호주제도 관습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의 호주제가 도입된 것은 일제시대이다.

따라서 호주제가 수천 년 된 전통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또 호주제가 민법에 규정된 만큼 관습헌법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 36조 1항을 보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현행 호주제는 '남자 우선'을 법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시대변화에 따라 법도 변해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으로 거둔 효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성매매가 관행적으로 허용됐는데 이제는 범법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도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성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모든 게 바뀐다.

우리나라 남성이 특별히 더 나쁜 마음가짐과 성격을 갖고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남성들도 피폐해지는게 아닐까 하는데 이러한 것이 개선될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1년 정도만 지나면 우리나라의 폭력적인 성 문화가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성매매방지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성 산업은 부패하고 상스러운 접대문화 때문에 발생한것이다.

우리나라 성 산업 규모로 추정된 24조원을 들여다보면 생산적인 게 아니다.

6만, 7만원 내고 집창촌 갈 것을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단기적으로는 섹스관광을 기반으로 했던 부분이 있다면 단기적 타격은 받을것이다.

새로운 관광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성매매업주들의 이른바 '생존권'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매매업주들은 생존권 운운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업주들은 성매매가 '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했는데 한 명의 여성이 1년에 6천만원에서 1억원을 벌어준다고 한다.

사람을 가둬놓고 지금까지 불법행위해서 이득을 보지 않았나.

--성매매업소 여성의 지원시설 입소현황과 일자리 창출 방안은.

▲지난 19일 현재 38개 지원시설에 506명이 입소해 정원 757명의 60%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9개소는 정원을 초과했다.

상담, 법률, 의료 지원을 비입소자에게까지 제공하도록 상담소와 시설 개방 운영을 추진 중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나왔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연령이나 특성, 의지 등을 고려해 공공근로나 사회적 일자리와 함께 적합한 직종을 찾아 취업알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공창제에 대한 견해는.

▲우리나라의 성매매 여성의 규모가 최소 33만 명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공창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공창이 생겨나면 반드시 사창이 함께 창궐하는 역사적 교훈을 생각해볼 때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적 인신매매와 감금 등 인권유린적 실태를 볼 때 공창제라는 이름으로 약자인 여성과 소수에 대한 인권유린이 다수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논리에 찬성할 수 없다.

--가족업무를 여성부가 맡게 되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라 생각하는가.

▲가족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별로 없었다.

출산은 부부의 선택이자 특별히 여성의 선택이다.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하는 관점으로 보면 여성, 성인지적 시각이 필요하다.

(가족정책의 여성부 이관문제에 대해서는) 정부혁신위가 발표할 사안으로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

이 문제는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내주 정도면 아마 결론이 날 것 같다.

--내년에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은.

▲보육예산을 올해 대비 2천27억원(50.1%) 증가한 6천77억원으로 편성했다.

보육료 지원대상을 현재 27만명에서 내년에 41만명으로 늘리고 국·공립보육시설 400- 500여 개를 신축할 계획이다.

보육시설 평가인증제 도입을 위해 1천200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최장수 장관 반열에 올라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2년에서 2년6개월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지켜지는 것이다.

'열심히 해봐라' 그런 것 아니겠나.

--여성 후배에게 조언을 한다면.

▲스스로 자신에게 열려진 공간을 박차고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춤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공간은 열려 있다.

주춤하면 열려진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선배들이 얼마나 싸워서 열어놓은 공간인가. 자신감을 갖고 굉장히 성실하게 능력을 길러야 한다.

2005년은 여성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여성의 삶이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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