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 문제는 우리 삶의 환경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디지털 문명의 도래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와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생활 양식이나 사고 방식, 가치관, 삶의 태도 등에 걸쳐 급격한 변모를 수반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변화의 득과 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문명론적 시각에 평가하고 전망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물론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와 추론 능력, 설득력 있는 논지를 구성하는 논리력이 요구되지만, 그와 더불어 사회 현상의 의미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조망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 적이다.
▶ 문제 해결 방향을 생각해 보고, 그에 맞게 글의 뼈대를 구상한다
설문에서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디지털 문명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출제자가 제시하고 있는 논의의 전제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출제자는 제시문의 내용을 단서로 삼으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먼저 제시문을 꼼꼼히 읽고 논의의 단서로 사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내야 한다. 출제자의 요구를 감안해 볼 때, 학생들이 제시문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이런 저런 해석이나 비판의 내용이 아니라 디지털 문명을 바람직한 인류 문명으로 열어갈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을 때는 그 점에 초점을 맞춰 읽는 것이 필요하다.
출제자의 의도는 제시문을 읽으면서 서술해야 할 글의 방향이나 논점을 도출하고 글을 구성하여,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는 논의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글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문명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와 정리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점을 감안하여 글의 뼈대를 구상해 본다면 대략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먼저 디지털 문명으로 인해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적절한 서술이 있어야 하고, 이어 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관점, 그리고 그 구체적인 극복 방안 등에 대한 서술이 뒤따라야 한다.
▶ 제시문을 분석하여 논점을 도출한다
글의 논지를 세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설문의 요구 사항을 염두에 두고 제시문을 분석하는 일이다. 이 문제의 경우, 디지털 문명에 대한 포괄적인 상(像)과 그 폐해, 그리고 그 폐해를 극복하는 데 요구될 법한 관점 등은 이미 제시문에 명시적으로든 아니든 나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디지털 문명을 바람직한 인류 문명으로 열어갈 수 있는 "관점"을 찾는 것인데, 원래 제시문의 내용이나 초점 자체가 그와 관련된 것이 아닌 경우도 있어, 적절한 유추와 추론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먼저 제시문 (가)는 아날로그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의 변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지적하는 글이다. 제시문 (가)를 디지털 문명의 성격이나 그 폐헤의 윤곽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지침으로 삼으면 되겠다.
제시문 (나)는 인류학의 고전인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글은 이 논제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자구 하나하나에 얽매이기보다는 글의 핵심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출제자가 요구하는 일정한 "관점"을 도출해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은 글의 후반부에 "기계 문명"에 대한 언급을 보고 거기에 매달려 그것을 이 문제의 주제와 직접 연결시키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비 스트로스는 이 글에서 민족학이 인간 사회의 확고한 지반을 발견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모범을 루소에게서 찾는다.
문제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 주목할 수 있는 논점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사회 상태는 언제나 악을 안고 있으므로, 그 악이 그 사회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 악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한 위에서 악을 정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를 확고한 지반 위에 세우는 것은 그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둘째, 인간성이란 "미개 상태의 태만"과 "우리들의 자부심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는 추구 활동"사이의 중간 지역을 고수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행복에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 상태는 결코 미개적인 조건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진보를 전제하거나 용인한다.
레비 스트로스는 신석기 시대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을 디지털 문명을 바라보는 데 그대로 옮겨 놓는 것도 가능하다. 우선 디지털 문명을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 폐해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순화시키거나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논점을 도출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중간 지역을 고수한다는 말을 응용해 보자. 디지털 문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그 "중간 지역"이란 디지털 환경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이나 문제점에 대한 비관과 불신 때문에 그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것과, 새로운 문명의 빛에 무비판적으로 매료되어 맹신하고 환상에 젖어 기술 만능주의로 치달려 나가는 것을 모두 경계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혼합의 시대라는 요지의 글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아톰과 비트, 굴뚝과 벤처, 오프라인과 온라인, 텍스트와 하이퍼텍스트 등이 우리의 삶 속에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에 따르면, 이러한 아날로그 문명과 디지털 문명의 혼재 현상은 두 문명의 협조라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 혼합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후의 새로운 문명의 모습이 결정된다.
제시문 ㈐는 줄 우리 삶 속에 혼재하는 아날로그 문명과 디지털 문명이라는, 객관적인 현상만을 기술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디지털 문명의 폐해를 넘어 그것을 바람직한 인류 문명으로 이끌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이 암시되어 있다. 두 문명이 어떻게 협조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새로운 문명의 모습이 결정된다는 진술에서, 디지털 문명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치는 아날로그 문명 가운데 있다는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아날로그 문명에서 우리가 물려받은 가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다. 넓게 보면 자유와 정의, 박애와 평등의 근대적 미덕과 휴머니즘적인 가치 체계와 윤리 등, 인간의 문화가 일구고 가꾸어 온 전통적인 인문주의적 덕성과 가치가 거기에 해당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문명이 초래할 수 있는 맹목의 변화를 제어하고 균형을 잡아 나가며 과학 기술을 참다운 인류 복지의 길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그러한 가치에서 찾고, 그것을 통해 변화를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적절한 관점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하나의 "중간 지역"을 고수해야 한다는 제시문 ㈏의 관점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제시문 ㈑는 피에르 레비의 『집단 지성』에서 발췌한 글이다. 피에르 레비는 이 글에서 오래 전 멸망한 고대 미노아 문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물질적 집적을 안과 밖을 가르는 데 사용한 호전적인 문명인 미케네 문명과는 대조적으로, 공격이나 정복과는 다른 가치를 위해 힘썼던 미노아 문명은 평화적인 미적 풍요로움을 꽃피웠다. 이 문명의 성격은 미노아 문명의 중심지인 크노소스의 궁전의 건축 양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 궁전은 세련된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안뜰과 천장들을 통해 하늘과 태양을 향해 열려 있고, 문과 창문들을 통해 세상으로 통한다. 호전적인 그리스인들이 평화적인 크레타를 뒤덮은 후, 그런 미노아 문명은 갈등과 경쟁의 문명에 의해 왜곡되고 묻혀 왔다는 것이 발췌된 글의 대강의 요지다.
이 제시문을 디지털 문명이라는 주제와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피에르 레비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미노아 문명의 정신의 핵심을 이해하면 새로운 문명을 인간화하는 데 적용될 수 있는 관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늘과 태양을 향해 열려 있고 다른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건축 양식이란, 곧 자기와 다른 것과의 갈등과 경쟁이 아닌 평화로운 공존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소수의 행복이 아닌 모든 인간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참된 휴머니즘의 정신과도 통한다. 평화적인 미적 풍요로움은 거기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는 앞서 ㈐에서 도출할 수 있었던 관점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정신을 디지털 문명의 기초에 놓고 그 문명이 야기할 수 있는 맹목과 광기를 제어하는 것, 그것이 이 문명을 참다운 인간다운 문명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논지가 여기에서 도출될 수 있겠다.
▶ 글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다
제시문을 분석하고 논점을 세운 다음에는, 글을 논리적인 구성 요건에 맞게 짜임새 있게 구성한다.
우선 서론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의해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삶의 양상을 환기시키고 글의 주제를 암시한다. 본론은 세 개의 단락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우선 첫째 단락에서는, 디지털 문명의 성격과 그 폐해에 대해 서술한다. 이어 둘째 단락에서는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디지털 문명을 맞이하는 데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를 서술한다. 셋째 단락에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인류가 축적해 온 정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디지털 문명의 맹목과 광기를 제어하고 새로운 문명을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지를 펼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앞에서의 주장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