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 풍경

김형경 지음/아침바다 펴냄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성에' 등을 통해 깊이있는 주제와 치밀한 심리묘사를 선보였던 소설가 김형경씨가 이번에는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 풍경'(아침바다 펴냄)을 출간했다.

'에세이'란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 이 글들은 이제껏 저자의 소설에서 봐왔던 또다른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갖는다.

그것은 저자의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저 풍경으로서 주변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풍경 속으로 직접 뛰어든다.

저자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보여줬던 정신분석적 요소가 이번 에세이집에도 그대로 반영돼, 한층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운다.

이는 저자가 직접 정신분석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자아를 형성하는 데에 가장 직접적인 환경을 제공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한국인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스무살 일본인 여성 유치에게선 유아기에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갖지 못했다는 점을 읽어내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라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사람들의 수집 취미, 쇼핑중독, 휴대전화 중독증, 종교에의 몰입 등 현대인의 의존성 대부분이 '엄마'란 심리적 배경을 가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내밀한 인간의 감성뿐만 아니라 로마, 피렌체, 베이징, 파리 등 세계 곳곳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른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고만고만한 상처와 사랑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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