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촛불을 들고 의로운 사람을 찾아 나선 그리스의 철인 디오게네스가 오늘날의 한국에 살았다면 그는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그는 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 것이다.
몇 해 전 서울 어느 교사가 고교생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 사람도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청소년의 모습을 보아 그 나라의 장래를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은 나라의 보배요, 광맥이라 할 만큼 귀중한 존재다.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광주지역 대입수능 부정사건을 볼 때 과히 우리사회의 도덕지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우리사회에는 '법 지키면 손해'라든가 '정의가 밥 먹여주나'라는 식으로 도덕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급작스런 산업 사회의 등장과 서양문물의 도래가 아닌가 한다.
게다가 우리는 성장이라는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다보니 효율이나 성취만 강조되었지 도덕이나 명분 같은 정신적 가치가 외면된 것 또한 큰 요인이다.
그 결과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목표지상주의의 등장이다.
새치기를 하든 목표지점까지 빨리 가는 것이 잘하는 운전이고 페어플레이를 하든 더티플레이를 하든 이기기만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지하철, 버스 운전사들이 파업의 수단으로 준법운행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우리사회는 준법운행이 비정상적인 것이 되어있고 인간교육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버스는 무조건 빨리 가야하고 고교교육은 무조건 대학에 학생을 많이 넣어야만 정상으로 비쳐지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부패와 타락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21세기에도 계속 발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돈이나 권력 등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보다는 명예나 정의 등 정신적 가치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더 이상 부패와 부조리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의(義)를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법보다 도덕적 가치를 국민의식운동으로 지켜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는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의인상을 확립해 의(義)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성장의 구호에 눌려 도덕적 가치가 묻혀왔다면 이제는 그 성장의 열매를 지키고 키워나가기 위해서도 우선 의(義)를 세워야 할 때다.
황춘길(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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