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명 '2004'-(1)불황

"지독하게 어렵긴 처음이에요"

"단군 이래 가장 장사가 안 된 해였다." 경제활동 전반이 침체한 것을 뜻하는 '불황(不況)'은 올 한해 국민적 이슈였다.

정부 관료에서부터 상인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불황이란 경제용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상인들이 오죽했으면 단군까지 들먹일까.

재래시장 백화점 할 것 없이 불황을 뚫어보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 지갑도 없었다.

대구의 중심상권인 동성로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0~30%씩 줄었다.

그렇게 어려웠던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아우성에는 분노가 묻어 있었다.

파리를 날리다 보니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붙었던 권리금이 거의 사라졌다.

서문시장에는 문 닫는 점포들이 속출했다.

전국의 식당 주인들은 서울에 집결해 솥단지를 집어던졌다.

집집마다 빚이 3천만 원이 넘었다.

불황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경제적 고통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많았다.

우리 경제는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인가.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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