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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메밀묵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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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은 메밀꽃을 생각나게 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도 있고, '메밀무∼욱, 찹싸∼알 떡'이라는 겨울밤 거리에서 들려오던 추억의 외침이 생각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가장 먼저 시어머님이 떠오른다. 가을이면 마치 눈이 내린 듯 눈부시게 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메밀밭. 지난 가을에는 어머님이 정성을 쏟아 가꾸신 메밀밭의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안타까움에 폐기처분 직전의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꿀 때는 꼭 카메라 폰으로 사리라 다짐했었다. 내년 가을 메밀밭을 위해서.

여든 중반의 어머니께서 메밀묵을 만드셨단다. 솥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쉬지 않고 저어주어야 하는 몹시도 힘든 일인데, 그 연세의 어머니께는 정말 중노동이었을 텐데…. 다 성장하여 며느리, 사위를 본 자식들도 많은데, 자식들 먹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어머니는 그 힘든 일들을 하셨을 게다. 메밀묵 쑤어놓았다는, 가져다 먹으라는 전갈에 바쁘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나이지만 이번 만큼은 직접 찾아뵙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메밀밭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지팡이를 짚고 오르내리시던 그 메밀밭이. 그리고 쉼 없이 저으셨을 어머니의 주름지고 가는 두 팔에 마음이 저려와서.

"손톱 깎아야 되겠어요. 손 좀 줘 보세요."

어머니는 마치 아기처럼 손을 내밀고는 내가 당신의 길고 두꺼운 손톱을 자르는 걸 내려다보셨다. 굵어진 손마디와 거친 손에 마음이 아팠다. 발톱도 깎자는 말에 버선을 벗으시던 어머니, 시어머니.

친정어머니는 딸 넷을 낳고 어렵게 외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장가를 가 얼른 시어머니가 되고 싶단다. 어떤 며느리를 원하느냐는 물음에 대답이 짤막했다.

"너 같은 며느리만 피하면 된다."

그렇다. 나는 '나쁜 며느리'다.

"어머니, 방학하면 저희 집에 와 계세요."

"싫다. 난 내집이 편하다. 아파트는 답답하고 심심하고. 여기 있으면 소일거리도 있고 같이 놀 사람도 있고."

"제가 놀아드릴게요. 저 재미있게 잘 놀아드릴 자신 있어요. 제가 노는 거 하나는 잘하거든요."

"잘 놀아? 너하고 뭘 하고 놀아?"

"저는 일 때문에 여기 와 있을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어머님이 저희 집에 오세요, 네? 네? 네?"

난 어쩔 수 없는 나쁜 며느리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메밀묵 1모(800g), 신 김치 300g, 장국, 달걀 1개, 김 가루 약간, 김치양념(고춧가루 ½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½큰술, 깨소금과 참기름 약간씩), 양념장(간장 3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실파 1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①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낸 뒤 건더기는 건져내고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해 장국을 만든다. ②메밀묵은 가늘게 채친다. ③김치는 속을 털어내고 가늘게 썰어 준비한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③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로 나누어 지단을 부쳐 곱게 채친다. ④그릇에 메밀묵을 담고 장국을 붓고 달걀과 김 가루, 김치로 고명을 얹어 양념장을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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