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울한 聖誕 전야, 희망의 노래를

크리스마스 이브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가득한 날. 그런 기원으로 성탄절을 맞는다. 사람 사는 사회에 평화 이상의 소망이 있으랴.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평화, 그런 따뜻한 평화가 어느 해 어느 세모보다도 더욱 간절해지는 성탄 전야다.

이 겨울, 예년보다 훨씬 포근한 날씨에도 보통 사람들은 혹독한 현실에 부대껴 가슴은 시리고 마음은 착잡하다. 네 살 난 아이가 굶어죽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들리는 이야기, 주변의 사연들은 대부분 암담하고 우울하다.

무엇보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불황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개인 금융 부채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고, 상환 능력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사는 안 되고 팔려고 내놓은 가게와 사무실은 널려 있다.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심각한 구직난에 청년실업자가 절망감에 허덕이고, 중도에 밀려난 중'장년 실업자는 사회 주류대열에서 그 가족들과 함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늘어나는 빈민과 차상위계층, 중산층이라는 이름은 간 데 없고 하류층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가 어찌 따뜻할 수 있겠는가.

정치지도자들은 민생과 상관없는, 개혁이라는 이름의 정치 싸움 내지는 정치 놀음을 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네 세상을 만들기 위해 쪽박까지 깨려는 지독한 패권주의를 버려야 한다. 민생보다 더 중하고 더 급한 정치 현안은 없다.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자선냄비에 지폐를 넣으며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행렬을 보라. 성탄 전야, 어둔 밤을 포근하게 감싸는 평화와 사랑의 노래에 담긴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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