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2·여)이는 태어난 지 26개월이나 됐다고 믿기엔 너무나 작고 야윈 아이였다.
소아병동 입원실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모습이 희귀병을 앓고 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예뻤다.
그 작은 손톱이며 손과 발, 실핏줄이 다 드러난 우윳빛 피부는 온전히 두 살배기였다.
어머니 정지영(36)씨는 지은이가 태어날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지은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배에 복수가 차더니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젖을 힘차게 한번 빨지도 못한 채 먹은 것을 고통스럽게 꾸역꾸역 내뱉었다.
이튿날 배를 가른 지은이의 소장은 불과 45㎝였다.
평범한 아기들에겐 2m 가까운 소장이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
소장과 연결되는 대장도 형태만 있었을 뿐 신경이 없었다.
결국 지은이는 먹은 것을 소화시키고 노폐물을 밖으로 빼내야 하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지 못한 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었다.
'단장(短臟) 증후군'.
희귀병을 앓고 있는 지은이는 지금 짧은 소장의 끝 부분을 오른쪽 허리로 빼내 변을 비닐주머니에 받고 있다.
"우리 지은이는 먹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에 한 병씩 혈관으로 들어가는 영양제가 생명을 연장시킬 뿐이에요. 마신 우유가 그대로 팩에 담기고 먹은 밥알이 고스란히 빠져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지은이는 장 이식 수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행히 A형인 아빠(37)와 지은이의 혈액형이 같아 아빠의 장을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의학 기술로만 2세 이하의 아기에게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수술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와 지은이의 생에 대한 의지는 실로 대단했다.
"지은이가 공갈꼭지를 얼마나 힘차게 빠는지 아세요? 지은이를 볼 때마다 살 수 있다는 힘과 의지를 느껴요. 살 가능성이 10%도 안 된다던 아인데 벌써 두 돌이 지난걸요."
한 번의 유산 뒤 제왕절개로 낳은 고운 딸이다.
엄마는 지은이가 여태 살아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
단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는 분유 값과 수술비, 치료비가 문제다.
장이식 수술 비용만 1억 원이 든다.
이미 어렵게 장만한 20여 평 아파트를 전세 주고 5천만 원을 썼고 집을 내놨다.
아빠의 친구들과 친인척들에게 벌써 4천만 원을 빌려 썼다.
450g 특수분유 한 통에 1만2천 원, 한 달에 병원비로만 200여 만 원이 넘게 지출된다.
콘크리트 벽돌 제조업체에서 일해 월 120만 원 정도 버는 아빠의 수입으로는 정말 턱도 없다.
벌써 6개월 동안 체납된 병원비만 1천만 원이나 된다.
희망을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운 형편이다.
"약에 지친 몸이라 링거를 꽂을 때마다 실핏줄이 터져버려요. 다른 애들은 10분이면 하는 것을 2시간씩 걸려 온몸에 주사자국을 벌겋게 달고 바늘을 꽂고 나와요. 하지만 늘 웃으면서 '고맙습니다' '빠빠이'하고 나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착한데요."
엄마는 지친 표정을 짓다가도 지은이를 보면 방긋 웃었다.
지은이도 따라 웃었다.
엄마, 아빠는 그 웃음을 평생 보고 싶다.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