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아버지·할머니들 새해소망

'실버 시대'. 고령자들은 사회의 보호만 받아야 하는 계층이 아니라 사회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을유년 새해,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떤 바람을 갖고 있을까? 2005년 '실버세대'가 바라는 소망과 기대를 거리에서 들어봤다.

황순옥(65) 할머니의 새해 바람은 소박하다.

그저 손자·손녀들의 얼굴을 좀 더 많이 봤으면 하는 것. 가까이 살지만 손자·손녀 얼굴 보기도 힘들다.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을 꺼내기도 쉽잖다.

황 할머니는 "갈수록 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다"며 "용돈을 보내주는 것도 고맙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손자들 재롱을 보고 싶다"고 했다.

김정자(73) 할머니는 손자의 취직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

"대학까지 나왔는데 직장이 없어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워요.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데 정치인들은 계속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김용호(69) 할아버지는 올해 모두 철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가 자기밖에 모르고 남의 것을 뺏으려고 하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배운 사람은 배운 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사회는 잘 굴러간다"고 했다.

이용기(64) 할아버지는 "노인들도 몸이 다소 어둔할 뿐 꽃나무에 물줄 만한 힘은 있다.

복지시설 강의실에서는 힘이 펑펑 솟지만 강의실만 벗어나면 기운이 빠진다"며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살도록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복근(72) 할아버지는 "사회로부터의 소외감과 외로움이 가장 큰 고통인 만큼 노인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했고, 김종자(70) 할머니는 "노인복지 예산을 많이 배정해 노인들 모두 행복한 노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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