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대명동 대구교육대학 맞은편 영선시장 앞에 가면 '상전벽해(桑山田碧海)'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이곳은 30년 전만 해도 2만여 평에 이르는 거대한 연못이었다.
도시화에 따라 못이 메워지고 그 자리에 시장, 주택이 들어섰지만 1924년 촬영된 빗 바랜 사진에는 연못 가운데 누각(관덕정)에서 몇 사람이 풍류를 즐기고 있고 주변에는 과수원이 들어서 있는 전원적인 모습이었다.
영선못은 시내에서 가깝고 수량이 많은 데다 주변 경치가 좋아 보트놀이를 했고 누각에서는 활 쏘기 등 놀이시설로 이용됐다.
겨울에는 얼음지치기, 여름에는 낚시·수영 등 시민 휴식처로 사랑을 받은 곳이었다.
영선못은 원래부터 연못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조선 말엽 한 도사가 이곳을 지나다 지세(地勢)를 살피더니 땅주인인 고관대작을 찾아갔다.
이 도사는 현재의 영선시장 쪽을 가리키며 "저곳에 집을 세우면 나라에 근심이 생긴다.
그러나 큰 못을 만들면 나라에 큰 경사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 고관은 자기 재산을 들여 12년 동안 땅을 파고 흙을 모아 제방을 만들었다.
대덕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두어 여름 장마철에는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이 들면 주변 논에 물을 대는 수원지 역할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선못의 최초 소유주는 석차규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뒤 마산 세무서장을 지낸 김모씨가 구입, 자식에게 물려 주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고 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 1970년쯤 둑이 헐리고 되메워졌다.
땅주인이 우(牛)시장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아 대구시에 기부채납하고 시에서 영선시장을 조성, 오늘에 이르렀다.
한때 번영했던 영선시장도 인근 주택들이 노후화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이재봉 남구청 상공계장은 "올 3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영선시장의 현대화 계획이 가능해져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사진: 1924년 관덕정에서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사진 위쪽)· 2005년 현대화 계획을 앞둔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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