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법대 라조니 클레어(33) 교수. 프랑스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해 8월 남편과 함께 이국 땅 대구에 왔다.
대학에서 제공한 경산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을 시작한 교수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언론정보법, 서양법률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는 "연구실에 찾아와 프랑스어를 가르쳐달라는 학생들이 생겼을 정도로 학생들과 친숙해졌다"며 '대구권 사람'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10년 전만 해도 대학 교정에서 외국인들은 '희귀'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의실, 도서관, 교정 등 어디에서나 쉽게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도 외국인 교사가 늘고 있다.
친구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외국인들은 얼마나 되고 대학에서, 중·고등학교에서 무엇을 할까. 그리고 생활은 어떻게 할까.
◇대학의 외국인
취재팀이 최근 대구 및 대구권 4년제 종합대와 2년제 대학 등 17개 대학의 외국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학생(교환학생, 연수생 포함) 1천414명과 교수(초빙 및 교환교수, 원어민 강사 포함) 230명 등 모두 1천644명으로 나타났다.
대구대 국제교류처 강선구씨는 "지역 대학의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 대다수는 2000년대 들어 일기 시작한 대학 국제화 정책에 따라 들어왔고, 최근의 한류 열풍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남대 유학생 경우 2001년 47명에서 2002년 64명, 2003년 88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303명으로 불과 3년 만에 6배 이상 급증했다.
또 영진전문대는 외국인 교수가 1995년 2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3명으로 불어났다.
출신 나라도 90년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 동유럽의 불가리아 헝가리, 아프리카의 케냐 가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국, 남미의 에콰도르,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대구를 찾고 있는 것.
교수와 유학생들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영남대 국제교류원장 주상우 교수는 "90년대 교환학생, 초빙교수 수준에서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에서 학사, 석·박사 유학생까지 다양해졌고, 전공 교수들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경북대 경우 전체 유학생 234명 중 214명이 학위(학사 40명, 석사 75명, 박사 99명)을 밟고 있고, 영남대도 유학생 303명의 절반 이상인 165명이 학사, 석사 등의 과정에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전임교원 5명과 객원교수 15명을 확보하고 있고, 영남대 경우 전체 교수진 27명 중 전임만 9명이 재직중이다.
전공도 과거 어학 일색에서 벗어나 경영학, 법학, 공대계열 등은 물론 치의예학, 약학, 건축학, 무용, 산업디자인, 음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경북대에 따르면 유학생 전공은 공과대학(52명), 인문대학(38명), 경상대학(28명), 의과대학(11명) 등 13개 단과대학 모두에 걸쳐 있다.
◇어떻게 살고 있나
대구대 정보통신연구소 권성호(34) 연구원과 중국동남아센터 방채홍(34) 연구 조교는 조선족 부부다.
권씨는 중국 지린성 옌지, 방씨는 내몽골자치구가 고향이다.
98년 중국에서 결혼 후 99년 4월 권씨가 먼저 대구에 왔고, 방씨는 이듬해 남편을 따랐다.
권씨는 내달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며 부인은 2년 전 대구대에서 영어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상태.
"팔공산과 앞산은 수차례 다녔고, 지리산, 설악산 등 국내 산도 웬만큼 올랐죠. 경주 등 전국의 유적지도 자주 다녔어요."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3기에 있는 훤 상(50)씨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훤 T 탕 타우(20)씨는 부녀지간으로 베트남 출신이다.
아버지는 2003년 9월, 딸은 이듬해 교환학생으로 대구 땅을 밟았다.
베트남 외국어정보대학 교수인 훤 상씨는 "학위를 받은 뒤 베트남으로 가 대구와 베트남 간의 대학 및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숙소는 거의가 대학 기숙사에서 기거한다.
계명대와 대구대는 200명 이상 수용 규모의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타 대학도 내국인 기숙사 일부를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에게 제공하거나 대학 인근에 아파트 등을 마련해주고 있다.
유학생들은 크고 작은 장학혜택도 보고 있다.
지난 2, 3년 사이의 지역 대학간 유학생 유치 경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중·고등학교에도 있어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국에서 온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18명이 대구 시내 중 고등학교에 배치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 9월부터는 4명이 더 늘어 22명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키울 예정이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영어교사 연수와 학생 지도를 위해 2001년 7명이 첫 초청됐으며 학교마다 호응이 좋아 매년 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윤형배 장학사는 "올해 시내 40개 학교에서 원어민 교사 초청을 희망할 정도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 대다수는 자국에서 교사자격증을 땄거나 한국의 유명 영어학원에서 경력을 쌓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크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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