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를 디지털TV 최강 도시로"

본사 대구이전 앞둔 디보스 심봉천 사장

"곧 대구로 본사를 옮겨 올인할 겁니다. 그야말로 Daegu가 디지털 TV 수출의 최강도시(디보스:DIBOSS)가 되는 멋진 꿈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각 지자체가 국내외 유망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가운데, 세계적인 LCD-TV 전문기업 디보스 심봉천 사장이 본사를 대구로 옮겨 디지털 TV수출의 전진기지로 삼기로 결정했다. 2005년 대구의 기업유치 첫 성과인 셈이다.

◆ 옮겨 오려고 해도 왜 자꾸 늦어지죠?

"작년 10월부터 대구로 이전할 예정이었는데, 대구에 무슨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자꾸 늦어지네요." 심 사장은 "공장부지를 공짜로 주고, 모든 것을 지원할 테니 제발 본사를 옮겨 오라"고 유혹하는 수도권 도시들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대구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대구로 옮겨올 기업(디보스)은 준비를 마쳤는데, 이 기업을 받아줄 대구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됐다. 공장을 지을 삼성상용차 부지의 설비이전과 철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떨림을 방지하는 미세화질엔진을 개발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4~5배로 성장하는 주문량을 따라잡을 생산능력을 갖출 필요가 생겼어요."이제 디보스는 서울 마케팅본부, 대구 본사와 공장, 국내외 아웃소싱업체의 편대를 갖추게 됐다.

◆ 디지털 TV는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디보스는 지난 12월 코스닥 등록을 위한 심사를 마쳤다. "오는 3월 말 코스닥에 등록하고, 올해 연매출 목표는 2천억 원입니다." 지난해 디보스의 직원 1인당 생산액은 7억 원이다. 약 100명의 직원이 700억 원(유럽법인의 글로벌매출까지 합치면 두 배로 올라감)어치를 팔아 국내 직원 1인당 매출 7억 원의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2007년 디지털컨버전스 TV의 세계 넘버원이 경영목표입니다."미래의 한국을 먹여살릴 중요한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디지털 TV, LCD-TV업계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디보스 본사의 대구이전은 십수 년째 꼴찌 신세인 지역 내 총생산(GRDP)과 고용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 대구의 장점은 우수한 인재와 소비 안목

"제가 보기에 대구의 장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우수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심 사장은 뛰어난 이공계 인재를 대량 배출하는 대구의 교육여건이 대구행을 결정짓는데 큰 변수였다고 말한다. 그동안 본사가 있던 구미는 대기업의 텃밭이라 최고 인력을 뽑아오기에 부담스러웠다. 대구에 본사를 옮기고 제조공장을 세우면 세계 최고 기술을 유지해야 하는 디보스가 우수한 인재로 재무장, 고지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셈.

"우수한 인재에다 대구소비자들의 상품 안목도 제가 옮겨오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한때 LG에서 발명왕으로 불릴 정도로 창의적인 활동을 한 심 사장은 2000년 독립해서 창업한 이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주문자디자인방식(ODM)으로 수출만 하다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 동성로 수입가전 전문업체에 제품을 출시하고, 롯데 상인점에서 백화점 판매의 물꼬를 트자 대구소비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 외제보다 나은 저 TV는 어느 나라 거야?

"수출만 해서 국내에는 디보스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죠. 눈 밝은 대구 소비자들이 외제 LCD-TV 틈바구니에 끼여있는 디보스의 품질을 알아보고, 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예술계에서도 소리명창은 전라도, 귀(耳)명창은 경상도에 많아서 경상감영에서 소리를 불러 통과돼야 전국적인 명창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대구의 예술 안목이 높았듯이 디지털TV를 보는 안목 역시 대구가 가장 앞서갔다. 달서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상인점에서 디보스가 LCD-TV 매출 1위를 차지하자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에서 입점을 제안해왔다. 지금은 롯데백화점 전국 22개 매장과 대구에만 7곳(동아쇼핑, 대백프라자, 롯데 대구점·상인점 등)의 매장이 개설돼 있다. "대구소비자들이 디보스를 선택해줌으로써 전국적으로 내수에 불이 붙었다"는 심 사장은 대구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대구를 택했다고 밝혔다.

◆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

디보스는 2001년 미국 디지털TV특허의 70%를 잡고 있는 제니스사(社)에 OEM으로 10.4인치 LCD(액정화면) TV 300대를 수출하게 된 것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게 된 스타트였다. 이후 유럽에서 15인치, 20인치 식으로 점점 더 큰 사양을 요구, 신제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 해외로 팔려 나갔다. 2004년 기준으로 아프리카를 포함한 72개 국에 30만 대 이상 수출했다.

"대구를 기반으로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높아지는 시장점유율(스위스 28%, 프랑스·스웨덴 10%, 국내 10~15%)에 맞춰 해피콜센터(1588-6337)를 개소했고, 지난해 7백만 원대의 40인치 LCD-TV를 499만 원으로 끌어내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하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은 일시적인 물꼬입니다. 일부 기종은 저희 제품이 더 비싼 것도 있습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습니다."

카시오 마란쯔 NEC 등 세계적인 LCD-TV도 알고 보면 디보스에서 ODM으로 공급하는 것들이다. "가전제품을 다 라인업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우리는 LCD-TV하나만 생산하기에 집중할 수 있고, 결정의 속도도 빨라서 바이어들이 어떤 요구를 해도 다 만들어 줍니다."

지난해 인터넷과 전자앨범이 결합된 아엠티비(IMTV)까지 생산해낸 심 사장은 병실 교실 등지에서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TV 등 인간이 생활하는 어느 곳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는 LCD-TV를 생산해내는 꿈을 향해 오늘도 밤을 잊는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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