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戶主制 정신'만은 이어져야 한다

반세기 동안 법적으로 유지됐던 호주제(戶主制)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이어 국회에서 폐지됐다. 일단 시대 추세에 따라 호주제가 폐지된 만큼 소모적인 존폐 논란은 이젠 접어야 한다.

그러나 비록 법전에선 사라졌다 해도 수백 년 내려온 전통 가족 개념의 호주제 정신만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도 않고 없애서도 안 된다. 물론 호주제가 비록 남성 혈통 중심으로 이뤄져 헌법상의 남녀 평등 정신에 위배되고 이혼'재혼 등 사회 다변화에 따른 불편을 초래, 개인적인 희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호주제를 지금까지 유지해온 건 바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인 '가정' 또는 '가족'의 테두리를 근원적으로 유지해온 근간이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엷어져 가고 있는 효(孝) 사상이나 '가정 해체'를 최소화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그 속에 담겨져 있어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림 측에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노인 홀대나 가정 해체 현상이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벌써부터 국가가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나 가정 해체에 따른 문제를 그나마 '호주제의 정신'이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는 얘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단순한 남녀 평등 정신 위배라는 측면에서 호주제를 재단해야 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또 유전학적으로도 이미 그 폐해가 증명된 근친 결혼의 폐습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대안으로 제시된 '신분등록법'에선 이를 막을 사실상의 장치가 없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 대안 마련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호주제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슬기로운 해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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