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안동대 사학과 김희곤 교수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안동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가장 많은 유공자를 배출한 곳이며, 가장 많은 순절지사가 나온 곳이기도 합니다.

"

"안동은 곧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聖地)"라고 힘주어 말하는 안동대 사학과 김희곤(金喜坤·50) 교수는 안동의 이러한 역사문화적 유산을 그냥 역사의 뒷골목에 버려둘 수가 없어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항일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내앞마을) 옛 '협동학교' 터에 들어설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을 맞아 기념관 세우기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지난 3·1절 기념일에 맞춰 착공을 선언한 이 기념관은 대지 8천 평, 건평 800평 규모로 전시관과 연수원으로 구성되며, 특히 연수원에서는 독립운동을 전문적으로 교육·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별도로 안동에 독립기념관을 세워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 진행된 것은 1894년 갑오의병에서부터 1945년까지 51년간인데, 그 시발인 갑오의병이 일어난 곳이 바로 안동이라고 한다.

또 현재까지 독립 유공자로 포상된 8천700여 명 가운데 안동 출신이 265명으로 전국의 시·군 중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 시·군 단위 평균 인원의 10배를 넘는 것으로, 서울·부산·대구·인천·울산·광주·제주 등 도 단위보다도 더 많은 숫자라고 했다.

또 1905~1910년간 항일의 표시로 자결한 독립운동가도 전체 66명 가운데 안동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안동은 좌·우파를 가릴 것 없이 최고 지도자를 배출한 곳입니다.

임시정부 국무령 이상룡 선생이나 만주의 별 김동삼 선생, 제1차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김재봉, 6·10만세운동의 주역 권오설 등 걸출한 인물들이 모두 안동인들입니다.

"

더 중요한 것은 안동의 독립운동사적인 특징과 의의라고 그는 말했다.

안동은 유교문화권의 식민지 해방운동이라는 독특한 유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인이 펼친 독립운동이 학맥과 통혼이라는 절대적인 줄기로 엮어져 있는 점도 눈여겨 보라고 했다.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의 계보를 추적해 보면 대부분 퇴계 선생의 제자인 서애 유성룡과 학봉 김성일로부터 이어집니다.

퇴계학맥이라는 씨줄과 혈연이라는 날줄이 안동독립운동의 튼튼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지요."

김 교수는 다시 말해 경북 북부지역이라는 거대한 안동문화권이 민족문제에 하나로 대응했다고 한다.

의리와 명문을 중시하는 주리론적 성향이 강한 퇴계학맥의 계승자들이 민족문제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개 양반 출신인 안동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이야말로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현했다고 말한다.

이 땅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았을 양반들이 모든 터전을 버리고 독립군 기지 건설을 위해 고향을 떠난 것은 가진 자와 배운 자가 보여준 역사적인 책무였다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선생님이 권한 '백범일지'를 읽고 지금까지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지난 1999년 '백범 김구전집' 발간에 동참했고, 지난해부터는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이사를, 천안의 독립기념관에서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경북지역의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주력해 안동·의성·영덕·청송의 독립운동사를 발간했고, 이육사평전을 새로 썼으며, '독립운동으로 쓰러진 한 명가의 슬픈 이야기'에서는 해방된 조국에서 버림받은 안동의 어느 독립운동가 후예의 고단한 삶을 통해 왜곡된 우리 현대사를 폭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민족정기가 서린 안동 내앞마을에 들어설 독립운동기념관에는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비롯된 항일 독립운동에 관한 각종 자료가 전시될 것이라고 했다.

기념관 옆에는 '협동학사'라는 수련원도 마련해 청소년과 일반인들을 위한 체험교육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체면과 자존심마저도 내팽개치고 사는 오늘 우리 삶의 행태에 안동의 독립운동사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안동의 독립운동사를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할 정체성을 되새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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