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중순에 듣는 눈소식. 웬지 반갑잖다. 제 철을 잊고, 금세 녹는다는 사실마저 모르면서 뿌려대는 만용 때문이다. 그래서 더 봄빛이 기다려질 게다.
봄빛이 그리워 달려간 순천의 금둔사. 홍매화가 화사한 걸로 봐 봄빛은 이곳을 벌써 지나쳤다. 가지에 듬성듬성 성기게 붙었지만 붉은 색깔만은 또렷하다. 노란 속눈썹마저 여인네를 닮았다. 아름다움 때문일까, 부끄러움 때문일까. 잠깐 동안의 눈맞춤도 어려울 만큼 요염하다.
계절은 거꾸로 가도 홍매화는 역시 의연하다. 제 필 때 알아서 꽃망울을 연다. 사실 금둔사의 홍매화는 2월부터 봄빛을 불러들였다. 한 가지의 꽃들이 봄을 부르고 지고 나면 다른 가지가 나서서 봄을 재촉한다. 사그라드는 성미급한 꽃잎은 애처롭다. 대신 다른쪽 가지의 금방 터질듯한 팥알같은 꽃망울이 애처로움을 삭여준다. 은근히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광양 섬진강변 매실농장의 청매나 백매가 일시에 와락 피어 아무리 화려하다지만 부끄러운 듯 요염한 금둔사 홍매화의 멋을 넘보지는 못한다.
붉은 기운에 취해 몽롱해 있다가 한줄기 찬바람에 정신을 차린다. 봄빛은 홍매화를 타고 북상한다는데…. 이곳을 지나간 봄빛은 어디 있을까. 금둔사 홍매화가 지칠 때쯤인 3월 중순이면 지척에 있는 선암사 홍매화가 봄빛을 불러들인다. 이 봄빛은 3월말 구례 화엄사 흑매화로 이내 옮겨간다.
금둔사 홍매화가 수줍은 듯 은근한 봄빛이라면 선암사의 수백년 묵은 토종 고목에서 피는 홍매화는 화려하다. 송글송글 맺힌 꽃망울에서도 붉은 기운이 뚝뚝 떨어진다. 백매화와 홍매화가 한줄로 늘어선 팔상전 뒤쪽 꽃길 사이로 군데군데 노란 산수유도 조심스레 명함을 내민다. 봄빛은 이곳에서 비로소 따라잡는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봄꽃이 바다를 이룬 금둔사 대웅전 뒤편. 사찰 건물이 온통 홍매화와 백매화로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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