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三人行이면 必有我師

얼마 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지역의 '100인 포럼'에서 삼성전자의 경영혁신관련 주제발표를 통해 "이제 외국에 나가도 예전처럼 그렇게 배울 것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자칫 건방진 소리라는 얘기를 들을 소지도 없진 않았지만 애니콜로 대표되는 세계 일류 삼성전자의 간부로서 자긍심이 한껏 배어 있는 발언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소니, 마쓰시타, 산요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은 매주 임원회의에서 삼성전자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보고받고 벤치마킹에 열심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일본을 방문하면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 판국이니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자부심이야 대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선진 기술 베끼기에만 열을 올렸던 우리나라가 아니었던가.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되고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던 나라가 인터넷 초강국이 되고 세계 일류의 대열에 올라 선 기업과 제품들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

경제규모로도 세계 10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요즘 기업과 지자체마다 벤치마킹이 단연 화두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과 자치단체 등에서 관계자들이 외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국 연수에 나서고 있다.

벤치마킹은 필요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 않는가.

벤치마킹 대상은 삼성만이 아니다.

도요타 생산 방식(TPS)으로 유명한 도요타는 현대차의 생산 경쟁력을 벤치마킹 중이고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관련기술과, 포항제철의 선진 제철기술 등 성공사례가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치단체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해외 유수 언론에 소개된 경기도 영어마을은 국내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표적이다.

'나비'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연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전남 함평군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지역에도 안동의 국제탈춤페스티벌, 경주엑스포가 뜨고 있고 ,봉화의 송이마을이 다양한 이벤트의 전자상거래로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중앙차로제도 대만과 서울시가 서로 상대방의 개선사례를 벤치마킹해 적용한 사례다.

대만은 한국의 버스전용차로를 벤치마킹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었다.

중앙차로 쪽의 버스전용차로를 만든 것. 그것이 더 교통 흐름을 수월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이것을 서울시가 다시 버스중앙차로제로 도입했다.

한 때 '공돌이 공순이'와 '닭장집'으로 대변되던 서울 구로공단이 15∼20층의 첨단 고층아파트형 공장이 즐비하게 들어선 '디지털 밸리'로 변신, 지자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 벤치마킹은 가장 쉬운 형태이지만 가장 빨리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디어가 빈곤한 지자체에겐 여건에 맞는 모델 케이스를 찾아내는 것이 발전을 앞당기는 전기가 되고 있다.

대구도 지금 달성 현풍의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유치에다 전자통신연구소(ETRI) 분원 유치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거대한 테크노폴리스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외국인 전용단지가 계획되고 있고 게임테마파크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제2의 대덕밸리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달성 신도시는 정주환경과 교육, 문화시설 등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제대로 된 계획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테크노폴리스를 대구의 미래와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지역의 풍부한 교육 인적자원을 활용, 사양산업이 밀집한 대구 3공단과 이현공단을 구로공단 이상의 디지털밸리로 바꿔보자.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논어(論語)에 '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라고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이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처럼 이제는 더 배울 것이 없다고 자만만 해서도 안 된다.

선진국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후진국에서도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 홍석봉 1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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